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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정겨운 ‘장날’의 기록
[신간]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정겨운 ‘장날’의 기록
  • 김태경
  • 승인 2019.03.27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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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재 작가 사진, 김용택·안도현 시인 글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 - 장날' 출간

사진가와 시인이 사람냄새 나는 장터 나들이에 나섰다. 이흥재 작가의 사진과 김용택·안도현 시인의 글로 채워진 <장날>(시공사)에서는 ‘사라져 가는 순간의 기억들’을 통해 우리네 사람들의 녹슬지 않는 정을 전한다.

“장날의 사진을 통해 나는 단순히 이미 지나가 버린 것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나와 우리 다음 세대의 아름다운 얼굴을 그려 보고 싶었다.”

전북도립미술관장을 지냈으며 현재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으로 있는 이흥재 작가가 흑백의 장날 사진에 담긴 추억을 꺼내 보인다.

작가는 이번 사진집에서 ‘옛것’의 따스한 온기와 ‘지금 것’의 현재성이 함께 할 때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워지는 삶에 주목했다.

장날 아침이면 온 동네가 자에 내다팔 닭을 잡으려는 소리로 시끄러웠던 곳. 중·고등학교를 순창으로 다닌 김용택 시인은 갈담장의 추억을 소환했다. 버스도 자주 없어 집에서 시오리 되는 길을 걸어야 했던 그곳에서 머리 위에 머리만 내놓은 닭들은 자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몰라 눈알만 띠룩거렸다.

혼담이 오고가고 무르익던 곳, 농사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 정치에 대한 정보가 밝혀지고 여론이 조성되던 곳, 김용택 시인이 본 갈담장은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들끓는 장소였다.

살기가 힘들고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안도현 시인은 ‘장터’에 가보라 권한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그곳에서는 삶이 힘들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그 대신 들뜨고, 흥청거리고, 질퍽거릴 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도시숲과 대형마트에 떠밀려 장터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1970년 발표된 신경림의 시 ‘파장’에 나오는 ‘달이 환한 마찻길’을 이해하기 어려운 요즘,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앞으로 또 30년이 흘러 우리가 ‘장터’라는 말을 잊어버린다면 그 모습을 기억해내기 위해 이 책을 열심히 뒤적거리게 될까.

정진국 미술평론가는 “장터가 그립다며 눈을 비비는 사진가와 마찬가지로 그 장터 국수 맛이 여전하다며 입맛을 다시는 시인이 만났을 때 우리는 이렇듯 모처럼 즐거운 상상의 나들이에 오르게 된다”며 “시인과 사진가는 바로 여기, 지금, 오늘에도 ‘여전한’ 것들이, 지난날의 고유한 것들을 간직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낄 때 느끼는 훈훈하고 끈끈한 정,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이 책은 잊혀져가지만 여전히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는 ‘장날’의 추억과 만남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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