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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재발견] 순창 옹기체험관 : 도자기 체험하기 좋은 곳
[전북의 재발견] 순창 옹기체험관 : 도자기 체험하기 좋은 곳
  • 기고
  • 승인 2019.04.0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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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전북여행

“도자기에 현대를 입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신선했습니다. 유독 미세먼지가 심했던 겨울이 기침해대며 떠나는 날, 가벼운 행장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순창옹기체험관으로 가는 길에는 햇볕도 따뜻했고 매화꽃이 향기를 올곧게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순창옹기체험관
순창옹기체험관

먼발치에서 본 옹기탑이 인상적이어서 찾고 싶었던 곳, 솔직히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를 그리며 들어섰지요.

평생 옹기만 구운 옹기장이 송영감의 아내가 조수와 도망가 버린 뒤 분노를 삭이지 못하다가 쇠약해져 죽게 되자 아들 당손이를 입양시킵니다. '뜸막 속 전체만 한 공허'가 가슴에 깃들자 독가마를 떠올리고 자신의 생명을 마지막으로 발산하려는 듯 독가마 속으로 들어가 흩어진 돌조각 위에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는다는 즉 늙은 몸을 가마에 누이며 생을 마감한다는 줄거리였지요.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평생 구운 독을 자신의 몸으로 체현하는 듯 결말은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인으로서의 숭고한 구도적 자세로 해석되기도 한 가슴 아린 소설이지요.

 

도자기 장인을
만나다

 웬걸! 가서 보니 정정한 도자기 장인(匠人)이 온 가족과 함께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현대식 명품 도자기 공작소(?)라고 해야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우리의 전통 자기와 옹기를 위해 혼신과 열정을 다하는 무형문화재이자 청자 기능보유 이수자인 고정(古正) 권운주 선생이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고정 장인은 고려 비색 청자를 재현해낸 고현(古現) 조기정 선생의 수제자로 순창군 풍산면 출신의 도예가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예술 도자기, 그 중에서도 청자가 가장 깊은 곳에 보물처럼 전시되어 있고 거기에 이르기 전 전시대에 생활자기를 비롯한 옹기, 도기가 옹기종기 진열되어 손님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눈길을 단번에 끌어 들인 것은 다름 아닌 화려한 자기였습니다. 아니 이게 뭡니까? 제 질문에 고정 선생은 빙긋이 웃기만 하더군요. 그리고 마음에 드느냐고 물었습니다. 마음에 들다 뿐이겠습니까. 여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찬란한 도자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게 이런 걸까요?

그저 외관의 화려함이 아니었습니다. 디자인도 현대적이지만 색감도 아름다워서 오는 손님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분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진열대를 맴돌곤 했습니다.

“인사동에 내놓을 겁니다. 우리의 도자기를 우선 국내에서 평가 받아야겠지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조용하지만 눈빛의 단호함이 형형하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고정 선생은 그야말로 옛것을 현대에 맞게 다시

바르게 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전통 도자기,
팝 아티스트와만나다.

그러나 우연히 이러한 예술품이 탄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팝아티스트 Piter OH와의 만남이 아니면 불가능한 작업이었지요. 젊은 친구 Piter OH는 현대미술 팝아트 작가이면서에세이니스트, 그리고 플루트 연주의 대가로 현재 클래식 앙상블 순창 ‘웃음(smile) 오케스트라 단장이기도 합니다. 운명처럼 이 두 장인은 만났습니다. 색소폰 연주의 대가이기도 한 고정 선생과 만남은 우연이기 전에 필연인 것처럼 의기가 투합(?)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팝 아티스트와 작업하면서 만든 자기를 ‘우슴(웃음)자기’로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웃으면서 만들고 웃으며 살되, ’슴‘자와 형태가 비슷한 합(合)자처럼 함께 마음 합해 만든 이 도자기. 보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이 다 합해지라는 의미도 되지 않겠느냐는 고정 선생의 설명에 약간은 숙연해지기도 했답니다.

전통적 기법으로 빚은 도자기도 인사동에서 인기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윽하고 묵직한 품성을 지닌 전통적 감각은 여전히 우리의 심성에 녹아 있다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그것만으로 시대의 흐름을 대변할 수는 없다는 것도 상식입니다. 변하는 세상은 새로운 도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장인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는 법이지요. 그래서 웃으면서 ‘우슴자기’를 생각해낸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전기가마로 굽습니다. 실험 중이지요. 색깔과 색감, 그리고 형태까지 굽기 전과 구운 후의 양상은 너무나 차이가 커서 쉴 새 없이 시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노자(老子)의 대기만성(大器晩成)은 대기면성(大器免成)일 수도 있다고 하지요? 이 세상에 완성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언제나 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마에 넣기 전에 유약 처리한 그릇과 불의 열을 감내하고 나온 완성된 자기는 늘 도공의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림은 화가의 붓끝에서 완성되는 것이지만 도자기의 도공은 그저 하늘에 맡길 뿐입니다. 가장 연약한 흙이 강한 도자기가 되는 과정에서 불의 섭리를 거쳐야 하지 않습니까? 그 불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오는 변형은 천하 걸작을 만들기도 하고 태작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을 도공은 운명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오직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할 뿐이지요.


 

운명과
겸손의 미덕

도예가는 그래서 늘 겸손합니다. Piter OH와 고정 장인이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를 보고 평가와 함께 품평회를 합니다. 그리고 태작이거나 흠결이 보이는 것은 버리지요, 잘못된 원인을 찾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거든요. 합격을 한 자기만을 사모님께서 마감질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야 판매장으로 옮기게 되지요. 우리는 그 도자기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버려진 도자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자연과 인간과 과학이 어우러진 조화의 산물이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릇이 되지 못한 흙과 유약과 버려진 도자기가 얼마나 많습니까. 진열대의 여러 도자기는 선택된 도자기이고 성공한 결과물들입니다. 우리 인간도 그렇지 않을까요. 지금의 나는 나 혼자서 된 것이 아니겠기에 우리도 모두가 소중하기 그지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우슴자기’를 봅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감탄합니다. 현대적 감각에 머물다가 번득 떠오르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바실리 칸딘스키!
조각가요, 추상화의 아버지라 불리며, 미술, 음악, 미술의 정신적 가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색채를 탐구했던 러시아 출신의 천재 화가. 그가 왜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그렸으나 고정 권운주 도예가와 Piter OH는 빚고 구웠습니다. 그리고 현란한 색채로 도자기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바실리 칸딘스키가 말했다고 합니다.

"색은 영혼에 떨림을 줌으로써, 영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힘이다."
 “세상의 근원은 정신이며 물질은 다만 정신세계 위의 얇은 막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정 선생과 팝 아티스트 피터 오는 뭐라고 말을 할까요. 궁금했으나 차마 묻지 못하고 체험관을 나왔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위대한 하나의 도자기이다.

체험관 마당에는 작은 옹기들이 올망졸망 앉아 놀고, 뜨락에는 제법 큰 독들이 벽에 기대어 서 있습니다.

문득 고정 권운주 도예가가 ‘독 짓는 늙은이’의 송영감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연이 그러하다는 것이 아니라, 살아 온 삶이 위대한 도자기가 아닌가. 그 여정이 접점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도자기를 빚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르지요. 그것도 각자가 모두 위대한 도자기라는 사실을 잊고서 말입니다.

그럼 나는......, ‘나’라는 도자기는 어떻게 빚어지고 있는가.

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가늠하며 천천히 아주 느리게  걸어 왔습니다.

하늘은 더 맑아져서 언제 미세먼지가 있었냐는 듯 푸르게 짙푸르게 순창을 품고 있었습니다.

 

순창옹기체험관
• 전화번호 : 63-652-4365
• 지소 전북 순창군 순창읍 장류로 45-8. 순창군 옹기 체험관
• 월요일은 쉼니다.
• 홈페이지 : http://www.sunchangceramic.com

/글·사진 =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이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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