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7-18 18:12 (목)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골목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골목
  • 기고
  • 승인 2019.04.02 20: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볕 좋고 바람 좋은 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징검돌 놓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선 집들, 집과 집 사이로 사람이 물처럼 흘렀습니다. 도랑물 흘러가듯 굽이굽이 골목은 모퉁이를 돌며 이어졌습니다.

골목은 주머니. 우리들은 왼쪽 모퉁이에 말뚝박기, 오른쪽 모퉁이에 고무줄놀이, 갈림길에 숨바꼭질을 넣어두었습니다. 막 거웃이 돋을 무렵이었을 겁니다. 뻐꾹 뻐꾹 시도 때도 없이 뻐꾸기를 날리던 형들이 구로동으로 날아가자, 온 동네 누님들도 따라 문래동으로 올라갔습니다. 담장 너머 빨랫줄에 팔랑거리던 정님이의 다후다 검정 치마도, 내 코피를 터뜨리던 수수꽃다리 분내도 골목을 빠져나가 어디론가 흘러가 버렸습니다.

골목 앞 우물가에서 빨래하던 젊은 어머니가 탈탈 주머니를 까뒤집었기 때문일까요? 한두 알 구슬도 서너 장 딱지도 이젠 없습니다. 약속 없이도 언제나 왁자하던 골목에 돌담 그림자 홀로 서성입니다. 돌담을 기어오른 담쟁이덩굴이 친친 한 세월 봉해 버렸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팅커벨 2019-04-03 11:35:51
작은 주택들 사이를 연결했던 골목.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골목놀이에 재미가 붙을 쯤이면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던 소싯적 까까머리 머시매가 생각납니다.
건강하게 성장해 엄마 아빠 되어 떠나간 골목길.
분주하게 돌아가는 도심에서 한적한 골목으로 추억을 소환해 잠시 달콤한 여유를 부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