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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과열 부추기는 언론
내년 총선 과열 부추기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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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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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이란 기사를 통해 수용자들의 관심을 끊임없이 발굴, 생산하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뉴스판매 기업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이 가장 선호하는 뉴스 아이템은 재난과 선거이다. 재난과 선거는 무엇보다도 국민적 관심사가 높다. 또한 여기에는 심각한 갈등과 반목, 드라마, 휴먼스토리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몇 개월 동안 지속되는 선거기간은 언론에게는 그야말로 대목인 셈이다.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일이다. 1년도 넘게 남은 시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권자들은 아직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발 빠른 일부 언론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 ‘21대 총선을 뛰는 사람들’ 특집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 선거법은 사전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기에 언론에 등장하는 선거기사란 게 고작 누구누구가 어느 선거구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보도는 사실상 알맹이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공연히 출마 예정자와 운동원들의 조바심만 일으켜 자칫 선거과열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다. 이렇게 언론이 선거에 과잉 관심을 쏟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선거가 과열되어야 만이 언론의 상품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당 간에 선거법 개정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고, 정당간의 이합집산이 예상되는 등 선거구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짙은 현 시점에서 1년 후 총선보도는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

사실 언론의 선거보도는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의 틀(frame)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언론의 선거보도 틀(프레임)이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점(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연구들이 많다. 우리 언론의 지배적인 선거보도 프레임은 게임 프레임이다. 미국 언론과 마찬가지로 우리 언론 역시 선거를 승패 구도로만 인식하는 게임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왔다. 언론의 게임 프레임에 익숙하게 된 유권자들은 선거란 정책이나 이슈보다는 오직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며, 현재 어느 후보가 앞서 있고, 어떤 전략으로 선거캠페인을 벌이고 있는지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선거 기간에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연구결과를 보면 심각하다. 연구에 의하면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지지도 순위와 전략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각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언론은 항변한다. “아무리 중요한 정책이나 이슈라 하더라도 한번 보도하면 괜찮지만, 두 번 보도하면 수용자들이 싫증을 낸다. 그래서 정책 이슈를 많이 다룰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책에 관심이 없기에 언론이 이를 보도에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언론이 정책 보도를 하지 않아서 유권자들이 여기에 길들여진 것인지, 인과관계의 방향성은 명확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론이 정책이나 이슈보다는 후보자의 지지도와 전략 등을 더 많이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 프레임에 익숙한 언론은 후보자들의 동정, 전략 등을 보도함으로써 다른 후보자들의 조바심을 일으켜 선거를 과열로 이끌곤 한다. 그래서 막상 선거가 과열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선거과열, 불법 선거 판쳐”라는 기사를 내보내는데, 이 기사는 선거과열을 더더욱 조장하고 만다. 모든 선거과열의 책임을 후보자들에게 몽땅 뒤집어씌우는 것도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1년여 남은 현 시점에서 언론은 보다 차분해져야한다. 보도 내용도 출마예상자들의 동정이 아니라 각 선거구별로 필요한 지역정책을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토론의 장을 만들어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이다. 21대 총선에서는 달라진 언론의 선거보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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