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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작가 - 김자연 동화집 ‘초코파이’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작가 - 김자연 동화집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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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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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담긴 것은 사랑, 관심, 응원

집 주변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벚꽃 그늘 아래에 서니 오래전에 아이들과 함께 벚꽃 구경을 했던 기억이 난다. 20여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선명하다. 그날 함께 먹었던 짜장면 역시 잊을 수가 없다.

작가 김자연의 <초코파이>는 음식을 모티브로한 단편동화집이다. 오랫동안 즐겨 먹었던 추억의 과자 ‘초코파이’와 ‘고추장’, ‘가래떡’, ‘콩나물국’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밥’이 입맛을 돋운다.

표제작 ‘초코파이’에는 늦둥이 딸 영란이를 자전거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주는 걸 낙으로 아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영란이는 왕고물자전거 만큼이나 나이 많은 아버지가 창피해서, 비에 젖은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를 피해, 집으로 와 버린다. 술에 취해 잠이 든 아버지의 주머니 속에서 영란이가 먹기 싫다고 했던 초코파이가 나온다. 노인들 간식이라고 준 초코파이를 아껴둔 것이라는 엄마의 말에 영란이는 으깨진 초코파이를 먹는다.

‘떡 써는 할머니’ 역시 명절 때마다 고향에서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을 떠올리게 한다. 할머니가 끓여준 떡국이 제일 맛있다는 손주의 말에 떡을 써는 할머니. 곶감도 말려놓고 감주도 담가두고 아궁이에 군불도 때놓고 자꾸만 신작로를 기웃거린다.

그동안 우리가 먹어왔던 수 많은 음식에 담긴 것은 나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이었음을, 할머니의 한없는 관심과 응원이었음을 <초코파이>는 일깨워 주고 있다.

작가 역시 본인의 동화의 텃밭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엄마가 만들어 주신 음식이 자신의 힘이고 문학의 젖줄이라고 고백한다. “밥 먹었냐?”는 말이 우리 엄마, 아빠표 “사랑한다.”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받았을 때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버지의 자전거를 탄 영란이의 모습이 꼭 나 같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딸기철이 되면 아버지는 자전거 뒤에 나를 태우고 딸기밭에 가곤 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에 엉덩이는 아팠지만 나는 아빠의 허리를 꼭 잡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갔다.

이제 90세가 가까운 아버지는 내게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해마다 봄이면 딸기밭에 어린 나를 데려가는 걸로 수 만 번의 사랑을 표현해왔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오히려 방황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음식에 담긴 애정을 듬뿍 맛보았으면 좋겠다.

 

장은영 동화작가
장은영 동화작가

* 장은영 동화작가는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통일 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내멋대로 부대찌개(공저)>, <책 깎는 소년>이 있다. <책 깎는 소년>은 2018년 전주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요즘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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