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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진안 갈머리 유적 출토 빗살무늬토기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진안 갈머리 유적 출토 빗살무늬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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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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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무늬 토기
빗살무늬 토기

전북 동부 산악지역 금강 상류에 ‘용담호’라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이 호수는 1992년 착공하여 2001년에 완공된 용담댐 건설로 인해 생긴 인공호수이다. 저수량으로 본다면 소양호, 충주호, 대청호, 안동호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이다. 지금은 호수 위를 달리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 깊은 물속에는 옛 사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혀있었다.

일정 면적의 건설공사를 할 때는 법적으로 고고학 조사를 필수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진안군 6개 읍면, 68개 마을이 수몰된 용담댐 건설도 당연히 조사 대상이었다. 1995~2001년 모두 4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조사에서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여러 시대에 걸친 다양한 유적이 밝혀졌다. 특히 정천면 갈머리 마을과 진그늘 마을에서는 전북 동부 산악지역 최초로 신석기시대 집자리가 확인되었다. 이 두 유적에서는 완전한 형태로 복원 가능한 토기 몇 점이 수습되었다. 이것들은 영남 내륙지역 신석기시대 유물과 관련 있는 것으로, 진안고원 일대가 선사시대부터 중요한 내륙 교통로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으로 제시된 토기는 갈머리 유적에서 확인된 빗살무늬토기이다. 고고학에 있어 토기는 문화 흐름이나 집단 차이를 밝히는 데 주요한 도구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빗살무늬토기의 다양한 무늬는 기하학적 도형을 형성하면서 그 자체로도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바닥이 뾰족하여 기능적으로 불안해 보이지만 밑으로 내려가면서 체감되는 간결한 V자 형태는 비례의 극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다. 무늬구성을 살펴보면, 맨 위에는 선으로 이루어진 세모꼴 무늬가 연속적으로 둘러져 있고, 아래로는 방향을 달리한 비스듬한 선들이 가로방향으로 연속적으로 채워져 있다. 한편 맨 위에 새겨진 세모꼴 무늬는 크기가 거의 일정하다. 이는 신석기인이 토기를 만들기 전 미리 전체 토기 둘레를 가늠한 뒤 일정한 크기로 무늬를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석기인의 뛰어난 공간구성능력과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양성혁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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