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5-26 03:44 (일)
강사 대량해고 사태와 교육부의 직무유기
강사 대량해고 사태와 교육부의 직무유기
  • 기고
  • 승인 2019.04.16 2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배숙 국회의원(익산을)
조배숙 국회의원(익산을)

정부는 이달 말 6조 원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당초 미세먼지 추경이라 이름붙인 이번 추경에는 최근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고성, 속초, 동해시의 이재민들을 구제하고 피해지역을 복구하는 예산이 포함될 것이다. 한편 군산, 목포, 영암, 해남, 창원, 통영, 거제 등 도시에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1년 연장함으로써, 이를 위한 예산도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 정부가 추경 편성으로 진화해야 할 또 하나의 ‘급한 불’이 있다. 개정된 고등교육법(이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량해고를 당한 시간강사들의 생계가 그것이다.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되는 개정 강사법은 대학강사의 신분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신분 보호를 위해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을 원칙으로 하되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며, 강사에 대한 불리한 처분에 대해 소청심사 청구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강사에 대해 방학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대학강사들이 이 정도의 대우도 못 받고 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의 내용이다.

강사법은 두 번의 비극을 겪은 뒤에야 논의가 시작됐다. 2008년 한경선 강사가 우리 대학의 시간강사에 대한 비인격적 처우와 대우에 좌절하며 “자신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고인의 바람과 달리 2010년 서정민 강사가 광주에서 “한국의 대학사회가 증오스럽다”는 편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 선생은 교수 자리에 3억을 달라는 제안을 받았으며, 대필 한 논문이 54편에 이른다는 폭로도 남겼다. 강사법 논의는 학문 후속세대라 불리는 대학강사들의 비극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그런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은 강사를 대량 해고하고, 설치했던 과목을 축소했다. 강사들은 7만 7천 명의 시간강사 중에서 2만 5천 명이 해고됐다고 추산한다. 한 직종에서 2만 5천 명이 직장을 잃었다면 이건 실업대란이다.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으로 더 써야할 비용은 대학 운영비의 1% 내외이다. 대학들이 강사들의 교원 지위 획득을 싫어한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강사들의 생존을 위해 마련한 법이, 대학들에게는 강사들의 밥줄을 끊는 핑계가 돼 버렸다.

비인간적인 대량해고를 감지한 것은 작년 말이다. 민주평화당 갑질근절대책특별위원회(이하 갑대위)에 개정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해고를 당한 강사 한 분이 민원을 냈다. 갑대위는 해고가 민원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강사단체들과 토론회와 간담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갑대위가 강사단체와 활동을 하는 기간, 강사 해고를 막아야 할 교육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었고 무책임한 태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갑대위는 강사 대량해고 사태를 맞아 강사법 시행으로 인해 추가되는 대학 운영비를 지원하고, 대량해고를 당한 대학강사 직군을 구제하는 자금을 시급히 편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교육부에 제안해 놓은 상태이다.

강사 대량해고는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학문의 맥을 끊은 일이다. 고등교육 정책을 책임지는 교육부가 대학의 강사 대량해고를 관리 감독하지 않는다면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비극으로 만들어진 강사법으로 인해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부의 맹성을 촉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