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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중국의 언어로 설득하라
미세먼지, 중국의 언어로 설득하라
  • 기고
  • 승인 2019.04.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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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지난주 베이징을 다녀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비행요금 비교앱으로 김포와 베이징 구간을 검색하다가 제주도 다녀오는 비행요금보다 싼값이 나와 덜컥 예약하고 시작한 여행이었다.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중국어를 전공한 것까지 합하면 중국과 연을 맺은 지도 40년이 다 되어간다. 베이징에서 상주특파원도 했었다. 대학에서 중국 관련 과목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감을 잊지 않기 위해 개인적으로 일 년에 서너 번은 꼭 중국의 여러 도시를 다녀온다. 지난 설날에도 상하이를 다녀왔다. 또 개인적으로 중국 관련 책을 준비 중에 있어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다녀와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면 중국을 다녀오면 올수록 개인적 무지와 편견을 자책하며 자괴감을 느낀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들에 비해 분명 중국을 어느 정도 안다고 비춰질 것 같지만 자꾸 코끼리 발목만 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얕은 경험으로 중국을 얘기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90년대 중반 베이징에 살 때 아파트 창틀을 손으로 닦으면 시커먼 석탄가루가 묻어 나왔다.겨울이면 더 심했다. 잠깐 서울을 다녀갈 때면 광화문 네거리에서 맘껏 호흡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실없이 웃기도 했다.

그랬던 베이징이 어느 때 부턴가 공기 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베이징 올림픽 유치결정이후 서쪽에 있던 석유화학단지등 공해 배출 기업들을 폐쇄하거나 이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2008년 여름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공항을 내리는 순간 하늘에 떠있는 너무나 선명한 휘황찬란한 달을 보고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선명한 달을 본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해외 손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중국 당국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라는 것은 그 후에 알았다.

미세먼지 원인을 놓고 한·중간에 제2의 사드문제라고 불릴 만큼 양국 관계가 심상치 않다. 얼마 전 이낙연 총리가 중국 방문 시 직접 미세먼지 문제를 제기했는데 여야 환노위 소속 의원 8명이 중국 생태환경부와 전인대 상무위원회를 방문하겠다고 제안했다가 중국당국으로부터 거부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 여론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중국의 태도에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환경문제는 감정적인 접근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중국 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무 성과도 없는 책임공방이 아니라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상호협력”이라며 “우리 먼저 저감 노력을 해서 중국을 설득하자”는 말에 난 주목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반 전 유엔사무총장의 발언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으나 냉엄한 국제적 현실을 직시하고 추후 중국과의 협의를 염두에 둔 노련한 외교적 수사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 선택은 매우 잘했다고 본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미세먼지와 싸우는 야전사령관이 되겠다”며 강도 높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세우겠다고 선언한 것 역시 매우 시의적절하다.
 

중국 미세먼지 차단 녹색그물망
중국의 미세먼지 차단 녹색그물망

공자는 논어에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慾,勿施於人)’이라고 말했다.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에게는 중국인들의 언어로 반박하면 된다.

일본과의 후쿠시마 수산물 WTO 분쟁에서 우리가 역전승한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냉철한 분석과 논리적 대응이었다. 미세먼지 대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이번 여행의 결과를 덧붙이고 싶다. 미세먼지 걱정에 마스크를 서너 개 준비하고 갔다. 결과적으로 그대로 다시 가져왔다.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청명한 날씨가 나흘간 계속됐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물론 운일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잘 눈에 띄지 않던 모습을 하늘에서 발견했다. 거의 모든 빈 땅마다 덮여있는 녹색그물망의 정체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확인해보니 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천으로 흙들을 덮고 있었다. 속내는 잘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중국도 분명 우리의 여론과 국제적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2022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고 또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는 그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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