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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현-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 기념전] 치열한 성찰 녹여낸 붓질
[권여현-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 기념전] 치열한 성찰 녹여낸 붓질
  • 서유진
  • 승인 2019.04.18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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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
4월 30일까지 서울 용산구 보혜미안 갤러리
'눈먼 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 작품
'눈먼 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 작품

‘눈먼 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그림으로 말하는 작가가 있다.

제9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수상자 권여현 홍익대 서양화과 교수의 전시회가 지난 3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보혜미안(保慧美安)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은 작가의 창작력과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선정된다. 권여현 작가는 신화, 역사, 철학, 종교 등 인문학적 배경으로부터 다져진, 신비롭고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눈먼 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는 쏟아지는 폭포수를 배경으로 나무 등걸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숲속에, 베일로 눈을 가린 사람들이 여러 명이 등장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오이디푸스, 그의 어머니 이오카스테, 이오카스테 사이에 태어난 딸 안티고네 등이 뒤엉켜 헤매고 있다. 수많은 뱀의 머리카락을 가진 안티고네는 눈이 마주친 생명체를 돌로 만드는 메두사를 닮았다. 작가 권여현은 “눈먼 자의 숲은 눈을 가림으로써 감각의 예민함을 회복하고 공정성을 담보하는 재판에 여신 페미다가 인종, 계급, 남녀구분하지 않고 평등한 판결을 위해 눈을 가림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작가노트를 읽어보면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 연관된 모든 정보를 그림으로 만든다고 한다. 작가에게는 신화와 철학, 정신분석학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네 가지의 코드가 있고, 코드를 거치고 나면 네 개의 개념어가 드러난다. 개념어 오필리아(Ophelia)는 사회적 주체로서의 형성과정에서 ‘거울’을 거치지 말고 상상력을 살리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리좀(Rhizome)은 수목에 관한 내용으로 신화 속의 인물은 주로 디오니소스, 아르테미스, 오이디푸스 등이다. 베일(Veiled)은 프랑스 여성철학자 엘렌 식수(Helene Cixoux)가 말했던 베일과 일맥상통한다. 엘렌 식수는 극심한 시력 장애로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감각에 의지해 글을 썼다. 그 후 수술을 받아 눈이 밝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눈에 밝히 보이는 사물의 외관과 이성적 판단 때문에 글을 쓸 수가 없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베일에 가린’은 시각을 가림으로써 감각을 극대화한 개념이다. 깔때기(Funnel)는 혼돈의 세계와 논리 정연한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로서 역할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외국작가의 그림처럼 보이는 권여현작가의 그림을 보러 남산에 위치한 보혜미안갤러리를 찾아갔다. 그림을 다 보고 갤러리 밖으로 나오니 대낮에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온 것 같았다. 남산의 숲은 연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권 작가의 복잡하고 난해한 그림도 아름다웠다.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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