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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안목이 키워낸 ‘명품 스즈키’
유권자 안목이 키워낸 ‘명품 스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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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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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객원논설위원
▲ 본보 객원논설위원

“정쟁과 비방의 총선정국 그러고도 표 구걸하지만 결국은 인물 선택이 관건”

최근 일본발 뉴스가 국내에 대서특필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7일 통일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北海道) 지사. 가정형편 탓에 대학을 접은 스즈키는 1999년 도쿄도 하급관료로 출발한다. 2008년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재정이 파탄 난 유바리시로 파견 근무를 시작한 것. 그는 지역 특산품인 멜론 과즙을 활용한 멜론팝콘을 만들어 히트시키는 등 열정과 창의력을 쏟아 부었다. 지역 경제에 온기가 돌았다.

2년 뒤 유바리 시민들은 연고도 없는 그를 시장으로 선택한다. 서른 살 최연소 시장 당선. 스즈키 시장 연임 8년의 개혁은 쾌도난마였다. 399명 시청직원을 100명으로 감축하고 자신의 급여를 70% 삭감한다. 시의원도 반으로 줄인다. 주민들은 환호했다. 한국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재정파탄과 싸우는 유바리의 전사’로 불리게 된 그는 결국 홋카이도 도지사 후보로 떠오른다. 야당세가 강한 곳에서 그는 5개 야당 연합후보를 압도하고 다시 최연소 도지사가 된다.

스즈키 사례는 우리에게 부러움과 절망감을 동시에 안긴다. 그동안 우리는 스즈키 같은 능력과 덕목을 갖춘 인물을 바라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그 암울함은 더 깊어진다.

집권당 대표는 ‘총선 260석’을 외치는 오만함을 보이고 정부는 경제 난맥과 인사 참사를 거듭한다. 제1 야당 대표는 ‘문재인은 김정은 대변인’이라 목청을 높이면서 5.18과 세월호 망언은 구렁이 담 넘듯 한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 역량과 헌신성을 가진 새 인물의 등장은 힘들어 보인다.

중앙정치에 종속된 전북 상황은 더욱 답답하다. 정치와 정책은 실종되고 정쟁과 비난이 난무한다. 책임이 사라진 자리에는 뻔뻔함이 똬리를 튼다.

요즘 전주 제3금융 중심지 선정 불발을 두고 무능함을 고스란히 드러낸 민주당과 공격 빌미를 잡은 평화당이 맞붙는다. 지역 현안에 서로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삿대질로 세월을 보낸다. 그래놓고 양 측은 “부산은 여야 없이 똘똘 뭉쳐 전주의 제3 금융 중심지 지정을 막아냈다”고 합창한다. 정답을 알고도 그 답을 외면하는 작태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더욱 가관이다. 3년 전의 총선 때 발생한 억대의 매수공작 실체가 최근 드러났다. 전북 정가 초유의 충격적 사건이다. 돈을 건넨 이는 현 민주당도당위원장의 친형이다. 국회의원이 된 동생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 정치판에서 그 흔하디흔한 ‘도의적 책임’이라는 말조차 없다. 도리어 지역 유권자들이 부끄러워한다.

한 술 더 떠 검찰은 ‘모욕주기’가 될까봐 도당위원장을 조사하지 않았단다. 태국의 선승 아잔 차는 ‘모욕을 당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제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만일 누군가 그대를 개라고 부르면 화내지 말라. 그 대신 그대의 엉덩이를 살펴보라. 그 곳에 개꼬리가 없다면 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 것으로 문제는 끝이다.” 먼저 살피고 확인하는 게 모욕 벗기의 출발이라는 이야기다.

또 있다. 이달 초 전주시의회 라선거구 재선거 뒤 시내 곳곳에 현수막이 나부꼈다. ‘전주가 평화당을 선택했습니다’는 문구다. 평화당 후보가 민주당에 압승하자 당에서 내건 것이다. 그러나 “내가 민주당 후보였다면 아마 무투표 당선됐을 것”이라는 평화당 당선자의 말을 전해 듣노라면 현수막은 그야말로 과잉해석이자 아전인수다.

오늘날 일본이 스즈키와 같은 명품 정치인을 얻게 된 배경에는 유권자의 안목이 자리한다. 지역연고도 없던 그의 진정성과 헌신적 능력을 알아보는 눈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을 덕목이다. 내년 총선에서 정당, 세력, 지연, 학연을 배척해야 하는 이유가 새삼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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