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5-25 11:29 (토)
‘퍼스트 펭귄’ 장수군의 비밀
‘퍼스트 펭귄’ 장수군의 비밀
  • 기고
  • 승인 2019.04.24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건휘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장
이건휘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장

‘장수군의 비밀(황태규 전 균형발전비서관 저)’이라는 책을 접한 적이 있다. 농가 10가구 중 7가구가 연 소득 5000만 원 이상을 올리는 장수군의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자체장과 공무원, 마을주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산간오지 마을을 부촌으로 일군 장수군의 저력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3월 20일,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와 장수군이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장수군 인구 2만3000명 중 45%는 농업에 종사한다. ‘한우와 사과’작목이 전체 농업 소득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장수군은 농업소득 의존도가 두 작목에 편중되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작목 다변화를 시도해 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해 9월, 지자체 최초로 축산과에 ‘미래축산팀’을 신설하고 곤충산업을 제2의 농업소득작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자연재해 영향을 덜 받는 곤충사육농가를 지원해 농가소득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장수군에는 흰점박이꽃무지(꽃벵이)를 생산하여 연간 2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백만돌이 농원이 있다. 2011년 귀농한 부부는 고된 과수농사 후 저녁시간에 곤충을 사육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고 한다. 2016년 식용곤충이 일반식품으로 식약처 인정을 받자 곤충사육장 100평을 신축하고 본격적인 곤충사육에 나섰다. 호기심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작한 곤충사육이  주요 소득원이 된 사례다. 전라북도 삼락농정 축산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는 백만돌이 농원 나만수 대표는 “현재 소비처 확보에 약간의 애로가 있지만 백세시대를 맞아 먹거리와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식용곤충이 식품과 의약품으로 활용되어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생생한 곤충산업 비전을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곤충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곤충사육농가는 2590호에 이른다. 2016 기준으로 농가수가 2배나 늘었다. 지난해 귀농귀촌 가축사육농가 중 22.2%가 곤충사육 농가일 정도로 곤충산업은 농촌의 유망산업으로 떠올랐다. 장수군은 농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관찰하며 미래축산팀을 중심으로 관내 곤충농가의 제품을 브랜드화하고 축산물 유통센터와 연계하여 가공식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곤충사육기술은 세계 1위를 자랑한다. 50여년의 누에 사육기술에서 축척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농업부문에서 ‘곤충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왔다. 이번 장수군과의 업무협약으로 농업생물부는 양봉을 비롯해 최신 곤충사육기술을 곤충농가에 지도할 계획이다.

영어권에는 ‘최초의 펭귄(First Penguin)’이라는 관용어가 있다. 펭귄들은 뒤뚱뒤뚱 떼를 지어 우르르 바다로 모여들지만 정작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에는 일제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머뭇거린다. 바다 속에는 먹잇감도 있지만 동시에 위험한 물개나 바다표범 같은 천적들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뭇거리는 무리 가운데 바다를 향해 맨 먼저 뛰어드는 용감한 펭귄이 있다. 이 펭귄은 동료 펭귄보다 앞선 용기와 열정으로 결국 먹잇감을 얻고 만다.

장수군에는 곤충산업에 뛰어드는 열정의 지자체와 농업인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퍼스트 펭귄이다. 지자체의 발 빠른 상황분석과 시스템 확립, 농업인의 용기와 열정에 중앙부처의 최신 곤충사육기술까지 접목되면 ‘장수군의 비밀’이 재현되지 않을까? 곤충산업이 전라북도 삼락농정을 이끌어 나갈 한 축이 되길 응원하며 함께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