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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완주 갈동 유적 출토 한국식동검 거푸집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완주 갈동 유적 출토 한국식동검 거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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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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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동검 거푸집
한국식동검 거푸집

2002년 6월, 호남문화재연구원 한수영 실장은 그해 봄에 진행한 완주군 반교리 일대 지표조사 보고서 작성 마감을 앞두고 다시 한 번 현장을 찾았다. 그는 갈동 마을 저수지인 갈동제 남동쪽 호남고속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나지막한 구릉인 이곳을 시굴조사 대상 지역으로 포함시켜야 할지 고민이었다. 조사 당시 이곳은 오래전에 성토(盛土)되어 지표상에는 별다른 유물이 채집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실장은 이곳이 완만한 구릉지대라는 지형적 특성과 인근 완주 반교리, 전주 여의동 등지에서 청동기시대 유적이 분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지표조사 보고서에 이곳을 시굴조사 대상 지역으로 포함시켰다. 그러나 시굴조사에서도 구릉 정상부에 초기철기시대의 도랑 흔적만 확인되었을 뿐, 구릉 사면은 1~1.5m 정도로 최근의 흙이 쌓여 있어 별다른 유구를 확인하지 못하였다.

한 실장은 전면 발굴조사 여부를 두고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도 그는 다소 무모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성토된 흙을 전면 제거하여 발굴조사하기로 결정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흙을 거둬내니 움무덤 4기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움무덤 내부를 조사하던 조사단은 전혀 예상치 못한 유물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식동검의 거푸집이었다.

금속을 녹여 부어 도구를 만들기 위한 거푸집은 한 사회가 금속기를 주조하였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고고학 증거로, 그 사회의 생산력 수준과 사회발전단계 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당시까지 한국식동검 거푸집은 평양 장천리, 경기 용인 초부리, 영암에서 발견 수습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갈동 유적 초기철기시대 움무덤 안에서 완벽한 형태의 거푸집이 최초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매우 크다.

유적의 중요성을 인식한 문화재청은 갈동 유적의 현지 보존을 결정하였고, 이 거푸집은 29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 하였다. 한 연구자의 직감과 신념이 학술적 가치가 큰 유적과 유물을 세상에 선보이게 하였다.

 

양성혁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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