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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성장한 감독들의 ‘뉴트로 전주’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성장한 감독들의 ‘뉴트로 전주’
  • 전북일보
  • 승인 2019.05.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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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과 신뢰, 동시대 영화 감독 20인의 신작
‘대안·독립·표현의 해방구’ 영화제 정체성 담겨

지난 2일부터 시작한 올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섹션. 바로 ‘뉴트로 전주’다. 지난 20년간 전주국제영화제의 ‘대안·독립·표현의 해방구’ 정체성을 작품에 구현하고 함께 성장한 동시대 영화감독들을 조명하는 섹션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깊은 인연과 신뢰를 맺어온 감독 20인의 신작을 담았다. 그중 지난 주말 관객과 만난 주요 네 작품을 소개한다.

 

△정형석 감독, ‘앙상블’
 

'앙상블' 스틸컷
'앙상블' 스틸컷

최근 3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국내 감독 중 하나로 정형식 감독을 꼽을 수 있다. 제18회 한국 경쟁에 오른 데뷔작 ‘여수 밤바다’(2016)를 시작으로 제19회에서는 ‘성혜의 나라’(2018)로 한국경쟁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 제20회 영화제에는 자신의 세번째 영화 ‘앙상블’을 통해 세번째로 전주를 찾았다.

‘앙상블’은 전주의 한 극단을 배경으로 세 남녀가 사랑을 시작했거나, 실패했거나 아니면 모색하는 상황들을 3편의 옴니버스 구조로 담고 있다. 그들은 제각각 같은 공간 속 다른 시간대에서 함께 한다. 이쪽에서 본 삶의 단면이 저쪽에서 보면 전혀 다른 단면으로 보이고 그들 각각의 삶의 단면은 서로 다른 영향을 주고받는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단편영화들에서 구조를 설계하고 그 구조로부터 흥미로운 주제를 도출하는 극명한 색채가 드러나는 정형석 감독의 재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고 평했다.

“이제서야 조금 영화제가 편해졌다”고 말하는 정 감독은 “세 영화 모두 전주에서 처음 관객들을 만났다. 이번에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드니 코테 감독, ‘유령 마을’

 

'유령마을' 스틸컷
'유령마을' 스틸컷

드니 코네는 2005년 데뷔작 ‘방랑자’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당시 경쟁부문 최고상인 ‘우석상’을 받으면서 전주와 인연을 맺었다. 2010년에는 장편영화 지원 프로젝트인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해 ‘애너미 라인스’를 연출했으며, 이후 ‘우화’(2012), ‘인류의 기쁨이 머무는 곳’(2017) 등 근작들 모두 전주에 소개됐다. 특유의 시적인 서사와 장르적인 혼성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최근 무리한 업무로 인한 건강 약화에도 올해 다시 전주를 찾았다.

최근 죽음에 대해 골몰해온 감독은 신작 ‘유령마을’에 그 고민을 녹였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기대작으로도 꼽힌 ‘유령마을’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청년이 차 사고로 숨지게 되고, 마을 사람들이 비극적 사건에 관해침묵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담았다.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드니 코테는 보이지 않던 유령을 가시화되는 모습을 그리며, 유령이 우리 곁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김희정 감독, ‘프랑스 여자’

 

'프랑스 여자' 스틸컷.
'프랑스 여자' 스틸컷.

지난 2015년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로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던 김희정 감독이 올 영화제의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전주를 다시 찾았다. 신작 ‘프랑스 여자’과 함께다.

지난 3일 ’프랑스 여자’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 감독은 ”이번 영화는 어느 한 곳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의 초상이자, 그 외로움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프랑스 여자’ 속 ’미라’는 18년 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삶과 죽음, 현실과 꿈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프랑스에서의 오랜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한국에서 그는 1997년의 과거와 대면한다.

김 감독의 전작 ‘청포도 사탕’에는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소중한 이들을 잃은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작품에서는 세월호, 11·13 파리 테러 등 우리의 의지와 관계 없이 많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사회적인 죄책감으로 남게 되는 사회적 사건이 등장한다. 이 커다란 비극 앞에서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성인 ‘미라’도 함께 고민했을 일이다.

 

△벤자민 나이스타트 감독, ‘로호’
 

'로호' 스틸컷
'로호' 스틸컷

벤자민 나이스타트 감독 역시 데뷔작‘공포의 역사’로 2014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처음 진출함과 동시에 국제경쟁 대상을 받았다. 정치적 압제와 야생의 폭력 사이에서 절망하는 존재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폭력에 대응하는 새로운 시선과 표현 기법을 보여줘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과도 잘 묻어났다는 평가였다. 2015년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선정돼 ‘엘 모비미엔토’를 제작했다.

올해 전주에서 공개하는 ‘로호’는 정치적 상상력과 영화적 수사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여전하지만, 두 작품보다 서사적 긴장과 모험이 강조됐다. 1970년대 아르헨티나 작은 도시에서 수상한 남자와 변호사간에 실갱이가 벌어진다. 변호사를 모욕한 남자는 큰 굴욕을 당하고 물러나는 듯하지만, 그날 밤 변호사가 사망하면서 이야기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다시 전개된다.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상황을 바탕에 깐 이야기에서 두드러지는 내러티브와 스타일을 주목할만하다”고 밝혔다.

 

김보현·김태경·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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