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5-25 11:29 (토)
스승의 날 진짜 선물
스승의 날 진짜 선물
  • 기고
  • 승인 2019.05.14 20:03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인규 전 교육공무원
박인규 전 교육공무원
박인규 전 교육공무원

오래전 산골 초등학교로 초임발령을 받은 어느 여선생님의 스승의 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선생님께서 근무하셨던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도회지 학교에서와는 달리 그야말로 하늘에서 비가 내려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척박한 땅에서 힘겹게 농사지은 갖가지 농산물을 선물로 아이들 편에 들려 보내기도 하고 몇몇 어머니께서는 직접 가지고 오시기도 했다. 선생님은 오랜만에 친정집에 와서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따뜻하고 정이 듬뿍 담긴 이야기와 함께 참쌀, 깨, 콩 등을 선물로 받은 기분이었다.

선생님은 너무나 감사하고 죄송스러워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는데 오히려 어머니들께서는 손이 부끄럽다며 하고 싶은 말씀도 제대로 하지 못하시고 도망치듯 뒤돌아 가신다.

선생님은 코끝이 찡하는 감정을 온 종일 간직한 채 교직에 몸담고 있음에 무한한 감사함과 동시에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아이들의 삶을 사랑으로 교육하겠노라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스승의 날 아침 조회시간 선생님의 교탁과 교단 위에는 아이들이 가져온 검정비닐봉지가 올망졸망 놓여있다. 감동과 감격의 순간이다. 그런데 한 여자아이가 고개를 떨군 채 선생님과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얼굴을 들지 않아 알 수는 없었으나 아마도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고 있지 않았을까?

조회가 끝나고 다시 교실로 돌아와 보니 교탁위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어 펼쳐보는 순간 선생님은 그만 목이 메이고 말았다. 쪽지에는 “선생님 저는 엄마, 아빠가 안계십니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데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서 선생님께 아무것도 드릴게 없습니다. 선생님께 저는 사랑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게요” 라고 적혀 있었다.

선생님은 그 아이를 부둥켜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한참을 자신도 모르게 훌쩍훌쩍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그 후 선생님은 교직생활 내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서도 그 아이의 얼굴과 쪽지를 잊지 못했다. 그때 그 아이의 생활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돕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항상 선생님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떤 아이가 찹쌀을 가져오고 콩을 가져왔는지 누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데 오직 그 아이의 손 편지와 촉촉이 젖어있었던 눈망울만은 어제 일처럼 또렷이 떠오른다. 그때마다 가슴 한 켠이 저미어온다.

매년 스승의 날만 되면 지금쯤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있을 그 제자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5월이면 이런저런 기념일로 선물이 풍성한 달이다. 크고 값비싼 선물보다는 작지만 정성과 마음이 담긴 그때 그 아이의 쪽지와 같은 선물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교직을 떠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그 아이의 손 편지 같은 선물이 진정한 의미의 선물이 아닐까?

가슴 설레는 선생님을 생각하며, 그리워하며....

/박인규 전 교육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양수현 2019-05-19 12:15:11
좋은글 감사합니다♡^^♡

양수현 2019-05-19 12:14:33
좋은글 감사합니다♡^^♡

노혜영 2019-05-15 13:16:17
스승의날 다시 한번 새기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지훈 2019-05-15 12:53:03
너무감동적이네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