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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빈 자리
대통령의 빈 자리
  • 김원용
  • 승인 2019.05.14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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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김원용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을 지켜본 소회가 그렇다. 동학농민혁명이 국가기념일로 기려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곡절을 거쳤는가. 2004년 특별법 제정으로 동학농민혁명 참가자들의 명예회복과 함께 국가기념일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후 지자체간 의견 대립으로 미뤄지다 올 2월 황토현 전승일로 국가기념일이 정해졌다. 어렵사리 국가기념일 반열에 오르게 된 만큼 뭔가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구호는 요란했으나 정작 국가기념일과 크게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느낌이다.

물론 국가기념일 지정으로 인해 동학농민혁명의 외형적 위상이 높아졌다. 정부 주도로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에서 전국적인 기념식 행사를 가졌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동안 전북뿐 아니라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전남·충청·강원 등 전국에서 지자체와 동학 관련 단체 등의 주도로 매년 기념행사를 가져왔으나 제각각 날짜에 분산해서 열다보니 국민적 관심을 한곳에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가기념일을 만들어 정부 차원의 기념식이 열리면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좀 더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보다.

그러나 기념식 행사로 국가기념일이 끝나는 것 같아 아쉽다. 기념식 자체도 막상 전북에서 치러지던 행사의 외연을 조금 확대하는 수준으로 보였다. 기념일 날짜와 직접 관련된 황토현 대신 광화문을 기념 행사장으로 정한 것은 혁명의 대중화와 전국화를 기대해서다. 주요 인사들의 많은 참여도 기대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와 문화부 장관, 몇 안 되는 국회의원이 주요 인사의 전부였다. 정치권에서 여당 국회의원으로는 김두관 의원이 유일했으며, 자유한국당 의원은 단 1명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특히 아쉬웠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광화문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임을 강조해왔다. 기념식장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도 기념사를 통해“2016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속된 촛불혁명도 잘못된 권력을 백성이 바로잡는다는 동학정신의 표출이었다”면서“문재인 정부도‘사람이 먼저’라는 믿음으로 모든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 여부가 뭐 대수냐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참석으로 행사 자체의 무게감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특별법 제정과 국가기념일 제정 등으로 외형적 위상만 높아졌을 뿐 실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3.1운동과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촛불혁명 등으로 그 정신이 이어졌다고 추상적인 의미로만 거론될 뿐 국민 대다수와 친화적이지 못하다.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 표현이 무엇보다 필요한 대목이다.

40여개에 이르는 국가기념일에 대통령이 모두 참여하기는 힘들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감동을 연출했으며, 지난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대구 2.28 민주화운동 첫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했다. 이에 비춰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첫 기념식인 점과, 현 정부의 성격에 비춰 문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을 기대한 게 무리는 아니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의 동학 첫 기념식 참석이 왜 불발됐는지 청와대의 설명이 없어 알 길이 없다. 대통령을 움직이지 못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가 여전히 가엽다. 혁명의 역사를 더욱 곧추 세우는 게 답이다. 동학농민혁명이 전국에 걸쳤다지만, 첫 기념일과 기념식을 치르면서 동학농민혁명을 기려야 할 주축은 여전히 전북일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대중화를 위해 더 많은 고민과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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