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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단상
스승의 날 단상
  • 권순택
  • 승인 2019.05.14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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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4년 10월 17일, 고창 성내면에 있는 용교초등학교 4학년 40여 명이 담임인 한상신 선생님과 함께 방장산으로 소풍 길에 나섰다.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보았던 기차를 보기 원해 산 위에서 정읍 평야를 달리는 기차를 구경하기 위해 올라갔다. 한 선생님은 어머니가 위중하다는 급보에도 기대에 부푼 아이들을 위해 소풍 길을 인솔하고 나섰다. 한 참 산을 오르던 중 갑자기 산 위에서 큰 바위가 굴러 내려와 아이들을 덮치려는 순간, 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모두 피하라”는 외침과 함께 자신의 몸을 던져 바위를 막아냈다. 아이들은 무사했지만 한 선생님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이튿날 스물넷 꽃다운 나이에 순직했다.

오늘은 제38회 스승의 날이다. 사혼불멸(師魂不滅). 고(故) 한상신 선생의 추모비에 새겨진 고귀한 제자사랑과 희생정신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오늘날 교사들이 처한 교육의 현실은 너무 암담하다. 엊그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4%가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지난 2009년 조사 때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이 55.3%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32%포인트나 늘어났다.

교직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복수응답)은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가 55.5%로 가장 많았고 이어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가 48.8%, ‘교육계를 매도·불신하는 여론·시선’ 36.4% 순이었다.

명예 퇴직이 증가하는 이유(복수응답)도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이 89.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이 73.0%였다.

지난해 11월 고창에서 수업중인 교사가 아이들 앞에서 학부모에게 빰과 머리를 맞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같은 도내 교권침해 사례는 지난 5년간 570건이 넘었다. 교사들의 교권이 추락하다 보니 보험업계에서 내놓은 교권침해 보험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교권침해로 심리적 육체적 피해를 입은 교사들에게 위로금과 휴직 일당을 지급하고 민사·행정소송 법률비용도 지원한다.

어쩌다 학교 교단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자괴감이 앞선다. 무너지는 교단을 우리가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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