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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19 시민기자가 뛴다] 할매가 만드는 생활 속 예술
[문화&공감 2019 시민기자가 뛴다] 할매가 만드는 생활 속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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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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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서학예술마을에 있는 할매공방에서 할머니들이 모여 다양한 공예작품을 만들고 있다.
전주서학예술마을에 있는 할매공방에서 할머니들이 모여 다양한 공예작품을 만들고 있다.

아이가 그린 것처럼 서툴지만 꾸밈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나무, 새, 꽃, 나비, 사람, 그리고 집. 일상에서 항상 보고 우리와 함께 하는 것들이다. 그 속에는 어린 시절 이야기, 어제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소리, 마당에 심어 놓은 작은 꽃 등 삶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 그림 위에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수를 놓아본다. 조금은 서툴고 어리숙해 보여도 순수함이 담긴 작품은 사람들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어준다. 그림을 그리고 수를 놓은 주인공은 ‘할매공방’의 할머니들... 팔십이 넘은 할머니부터 가장 막내는 66세까지 14명의 할머니들의 솜씨다. 동네 할매들과 그림으로 만난 서양화가 한숙의 작업실 초록장화를 찾아갔다.

 

△학동이 엄마 서양화가 한숙

2011년 서학동에 자리를 잡은 한숙 작가는 서학동에서 아들 도현이를 얻었다. 서학동 아이라는 뜻의 학동이는 동네에서는 도현이라는 본명보다 학동이로 더 많이 불려진다. 학동이 엄마 한숙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졸업 후 개인전 및 다양한 기획전시, 문화예술교육 등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학동이 엄마는 2010년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통해 남고사 아래 산성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할매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초록장화, 작가 작업실이자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공유 공간

학동이 엄마의 집 초록장화는 가족들의 거주공간과 작업실, 게스트 하우스, 할매공방의 작업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초록장화는 본인의 작업 공간이자 주민들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항상 열려있다. 집 주인이 없어도 스스럼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차를 끓여서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풍경은 편안한 사랑방을 찾은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할매공방 할머니들은 매주 목요일 한숙 작가의 작업실에서 모여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을 한다. 개인의 작업실이지만 작가가 문을 열어 주면서 함께 정리하고 가꾸는 공유 공간으로 거듭났다.
 

할머니들이 손수만든 작업물들
할머니들이 손수만든 작업물들

△문화예술교육 사업 대상자에서 오랜 친구로

2010년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계기로 만난 산성마을 할머니들과는 어느새 10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전주 남고산성 아래 산성마을 노인정에서 진행한 수업을 계기로 ‘할매공방’이라는 이름을 갖기까지 지원금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주변 예술인들의 재능기부와 남편의 후원금도 큰 도움이 됐다. 산성마을에 거주하는 김영애(79세) 총무님은 가장 오래된 할매공방의 멤버이자 학동이 엄마의 친구다. “처음에는 무슨 미술을 가르쳐 준다고 해서 뭘 하는가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10년이 됐어. 집에 혼자 있으며 뭐해.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나눌 사람이 없고 우울증이 걸릴 거 같아. 그런데 선생님이 연락이 오고 그러면 나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수도 놓고 그러지. 봄이 되면 같이 소풍도 가요. 찰흙으로 사람도 만들고, 접시에다 그림도 그려. 나는 선생님 만나서 카페도 처음 가봤어.” 학동이 엄마 한숙은 김영애 여사님은 친구들과 나누지 못하는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자신의 10년 지기 친구라고 소개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생활 속 예술

산성마을 노인정에서 수업을 진행하다가 한숙 작가가 서학동에 터를 잡으면서 작업공간을 자신의 공방으로 옮겼다. 지원사업은 종료되고 지원금도 끝난 상태였지만 할머니들과 함께 나눈 시간이 아까웠고, 할머니들을 사업대상자로만 이용한다는 동네사람들의 이야기가 상처가 됐다. 할머니들의 손재수를 사람들에게 계속 소개하고 싶었고, 할머니들의 작품을 팔아 용돈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손을 놓지 못했다. 산성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들 중 4명이 아직까지 함께 하고 있고, 서학동 거주 이후 서학동 주민 10명도 공방을 같이 꾸리고 있다. 서학동 주민 김남순(66) 여사는 자신이 수 놓은 커튼을 펼쳐 보이며 할매공방과 선생님 자랑을 한다. “우리 선생님 신랑이 우리 수 놓으라고 천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그래요. 아줌마들하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도 맨날 같은 이야기뿐인데, 우리는 모여서 그림도 그리고. 수도 놓고 또 그게 가끔 팔리기도 해서 재미가 있어요.”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작업물들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작업물들

△함께하는 삶 속에서 피어난 작품

학동이 엄마 한숙 작가는 아이들의 그림처럼 순수한 할머니들의 그림에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사업대상자로 만나 이제는 자신의 삶의 일부분이 됐다는 할머니들과 느리지만 한땀 한땀 수를 놓는 마음으로 10년을 보냈다. 나의 삶의 공간을 내어주고 공유하는 문화 속에서 자란 할매들과 학동이 엄마가 함께 만든 서툰 작품은 어떤 예술 작품보다 값지고 아름답다.

/고형숙 전주 부채문화관 기획팀장

고형숙(전주 부채문화관 기획팀장)
고형숙(전주 부채문화관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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