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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이팝 꽃과 소쩍새와 보릿고개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이팝 꽃과 소쩍새와 보릿고개
  • 기고
  • 승인 2019.05.14 20: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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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적다 솥적다” 소쩍새 우는 봄밤. 살강의 국자처럼 정수리 위에 북두칠성이 떠 있습니다. 으스스 아직은 한기가 듭니다. 옛날 옛적 한 시어머니, 며느리가 미워 작은 솥으로만 밥을 짓게 했답니다. 식구들 밥을 푸고 나면 제 먹을 밥이 없었겠지요. 굶다 굶다 결국 피를 토하고 죽은 며느리, 그 죽은 자리에 피보다 붉게 철쭉이 피어난답니다. 소쩍새가 된 며느리는 한이 맺혀 솥적다 솥적다, 이산 저산 옮아가며 서글피 운답니다.

쌀독은 바닥난 지 이미 오래, 막 입하(立夏) 지났으니 보리타작 할 망종(芒種)은 아직 한 달이나 남았습니다. 지도에도 없고 지금은 흔적도 없는 눈물 반 한숨 반 넘던 보릿고개가 있었습니다. 한 사발 두 사발, 배곯아 죽은 며느리 먹으라고 이팝 꽃 핍니다. 주린 배 채우고 단숨에 보릿고개 넘으라고 이팝 꽃 핍니다. 새참으로 한술 더 뜨라고 아카시 꽃도 핍니다. 입하에 피어 ‘입하 꽃’, 흰쌀밥 같아 ‘이밥 꽃’. 이팝 꽃 고봉으로 피었습니다. 항아리를 닮은 감꽃은 아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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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2019-05-15 13:17:51
하이얗게 5월이 물들어 가네요.
이팝, 조팝, 아카시아, 토끼풀꽃도...
길을 걸으니 콧노래 지멋대로 나옵니다.

이팝나무 꽃피는 모습을 보고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는데, 소복소복 고봉으로
인심 넉넉하게 핀걸보니 올해는 풍년이겠지요.
'솥적다' 울던 소쩍새, 울음 "뚝"

화양연화 2019-05-15 09:51:03
이팝꽃 피는 계절은
농번기가 시작되는 즈음이지요.
풍년을 미리 점치듯 피어나는 꽃
꽃잎이 길쭉길쭉한 순백의 꽃은
정말 하얀 쌀밥을 닮았어요.
가로수로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꽃
솥적다 솥적다 울던 며느리도
더는 배곪지 않을 듯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