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5-23 20:20 (목)
제자와 일상 나누는 익산 황등중 한승진 교사 “학생들 삶의 방향 찾는 데 도움 주고 싶어”
제자와 일상 나누는 익산 황등중 한승진 교사 “학생들 삶의 방향 찾는 데 도움 주고 싶어”
  • 김보현
  • 승인 2019.05.14 2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
학생 잠재력 깨쳐주는 게 교육 목표

제자와 연극을 보고 목욕탕도 가는 선생님이 있다. 감상 후기를 함께 나누고, 탕에서 몸을 풀다 슬쩍 비밀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자 교실에서 볼 수 없던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학교에선 통 말이 없던 제자는 “사실 상을 받아 친구들의 인정을 받고 싶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흩어지는 일상이 아까웠던 이들은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내보이지 못한 속마음이 모여 수 권의 책이 됐다. 익산 황등중학교 한승진(50) 교사와 제자들의 이야기다.

 

△글 쓴다는 것, 학생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것

한승진 교사는 황등중에서 16년간 국어를 가르치다 특수교사로 근무한 지 3년째다. 이 학교에는 다문화·특수학생,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상당하다.

그는 “이런 학생들에게 지식만 전달하기보다는 삶의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 그의 교육관이다.

이를 위해 수업이 아닌 쉬는시간, 점심시간, 방과후시간 등에도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교과 지식이 아닌 학생들의 일상과 기분, 고민을 알아가고자 했다. 그러면서 글쓰기 동아리 ‘더불어숲’이 생겼다.

“서툴더라도 익숙해지면 학생들이 상처와 울분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돼요. 글쓰기를 통해 감정을 순화하고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한다는 점에서 의미 깊습니다. 책을 내는 것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가치있는 행위죠.”
 

익산 황등중 한승진 교사와 '더불어숲' 동아리 학생들
익산 황등중 한승진 교사와 '더불어숲' 동아리 학생들

△학생은 멈추면 망가지는 ‘흔들리는 나침 바늘’

한 교사는 대학 은사인 고 신영복 교수의 조언을 마음에 품고 산다. ‘북극을 가르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늘 끝을 떨고 있다. 그러나 그 흔들림이 멈춘다면 방향을 잃은 것이다. ’

한 교사는 “학생이 계속 불안하고 흔들리면서, 때론 갈등을 빚는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이라며 “대학이나 직업을 정해주는 것보다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깨쳐주는 게 중요한 교육 목표”라고 말했다.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교사로서 뭐하고 있나, 학생들과 세대차이가 나진 않나, 어긋나는 학생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고민이 끝이 없죠. 하지만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잖아요.”

 

△“모든 교사 나 같으면 안 돼, 각자 방식으로”

“별 것 아닌 작은 농촌 학교 선생입니다. 아직도 선생이 돼가는 과정이며, 그저 제 역할을 하는 것 뿐인데 괜스레 드러나나 싶습니다.”

전북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망설였던 그다. “저는 황등중에 부임한 후 19년째 이 동네에서 살고 있습니다. 동네 슈퍼에서도 제자를 만나죠. 그래서 자연스레 선생님으로서, 동네 어른으로서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고정된 모범교사 사례로 비칠까 우려도 됩니다. 각자의 여건에서 자신의 교육 철학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전북 선생님 모두를 응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