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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의 진실은 허위보다 무섭다
반쪽의 진실은 허위보다 무섭다
  • 기고
  • 승인 2019.05.15 20: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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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그해 5월은 매우 습하고 무더웠다. 당시 시국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에도 언론에도 잠깐 봄이 찾아 왔지만 그 끝은 짧았다.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광주에서 수천 여명의 시민들이 계엄군들의 총칼에 찔려 숨졌다는 얘기가 전주지역에도 전해졌다. 확인할 길은 없었다.

신문과 방송은 침묵할 뿐이었다. 유언비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했다. 아무리 통제해도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해지는 진실의 메아리는 막을 길이 없었다.

분노한 전주의 학생들도 저항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각 고등학교 대표자들이 모여 그 주 토요일에 어느 중학교 운동장에 모이기로 했다는 말이 나왔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 걱정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집에 가면서 본 그 중학교 운동장에는 어느새 계엄군 탱크가 들어와 있었다. 결국 전주에서의 저항(?)은 실패로 끝났다.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그 때 5월의 모습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 삶에 있어 광주는 마음의 빚이었다. 끝까지 저항하다가 산화한 5.18 희생자들에 대한 시대적 부채 의식이 마음 한편에 늘 자리했다.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도 있지만, 꼭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동시대 전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닌 우리 또래들을 만나면 지금도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너 매스게임 때 어느 줄 몇 번에 서 있었니?’

그렇다. 나는 그 해 10월에 있었던 제61회 전국 종합체육대회에 동원된 5000여 명의 고등학생 중 한 명이었다. 이름 대신 9-1번으로 불렸다. 봄부터 전주 시내 남녀 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스게임과 카드섹션, 기수단을 위해 총동원됐다.

10월 8일 개막식 날 4분 30초짜리 식전행사를 위해 6개월간 수업은 형식이고 거의 연습에 매달렸다. 땡별 아래 쓰러지거나 탈진하는 아이들이 속출했지만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 참관 하시니까”라는 명분으로 피로와 역겨움을 참아내야 했다.

맨 앞줄에 서 있던 나는 전주종합경기장 VIP석에 앉아있던 전두환 이순자 부부의 모습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저 그때는 실수하지 않고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가 전국규모의 야외 지방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전주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체전 표어도 ‘새 시대·새 의지·새 천 년’이었다.

그는 개막식 후 시도지사와 체전 관계자 50명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서 “학생이든 단체든 소요나 불안을 조성해서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북괴에 유리하게 하는 행위로 공산당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적행위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창비)』’로 신인 소설상을 받았던 작고한 전주출신 소설가 김지우는 언젠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여고 2학년으로 참가했던 내게 체전이 끝나고 ‘전두환 대통령 하사품’이라고 쓰인 만년필이 학생들에게 배당되었을 때 나는 만년필을 내팽개쳤다. 게다가 학생 대표로 대통령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라는 학생주임의 요청을 ‘전두환 씨에게 감사할 일이 없다’고 거절했다”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다가온다. 그러나 진상규명 목소리를 외면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극우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또 이를 바로 잡아야할 일부 정치인들이 묵인, 방조로도 모자라 오히려 부추기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광주에 내려간 사실조차 부인하는 전두환 씨의 행적과 발언이 허위임이 용기 있는 증언자들의 입을 통해 40여년 만에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반쪽의 진실은 허위보다도 무섭다는 말이 있다. 이번에야 말로 거짓을 몰아내고 제대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마지막 기회다. 국회 특별법 통과로 마련된 5.18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속한 가동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명령이자 빚진 마음을 덜어낼 최소한의 책무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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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ㄹㅇㄹ 죽고싶지? 2019-05-16 19:41:09
ㅅㅂ ㅇㄹㅇㄹ 개새끼야 너 정신병자지? 너 광주 없었으면 니새끼 여기서 헛소리 했으면 뒤졌어. 5.18때 너 안살아봐서 모르지? 전주에서 계엄군에게 쫓기던 대학생이 사망한거 모르지? 니새끼 자한당 알바새끼냐?

ㅇㄹㅇㄹ 2019-05-16 11:25:10
오지랖도 넓으시네
동학혁명부터 챙기고 기념하시길
우리건 놔두고 남동네 마음빚 같은 소리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