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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국회의원 수, 줄이면 안 된다
전북 국회의원 수, 줄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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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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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국회의원(남원시·임실군·순창군 무소속)
이용호 국회의원(남원시·임실군·순창군 무소속)

때로는 욕을 먹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지금이 그때인 것 같다.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패스트 트랙은 ‘나쁜 패스트 트랙’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하려면 지역구를 줄이는 게 아니라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식으로 전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옳다.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이면 농어촌과 수도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지역 대표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농어촌은 인구가 급감해 피폐화되고 있는데, 지역 경체 침체를 부채질하는 격이다.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지역구는 총면적이 서울의 4.6배에 달하고, 남원·임실·순창도 서울보다 3배 이상 넓다. 의원 한 사람이 담당하는 면적이 매우 넓어 국회의원과 주민이 서로 얼굴 한 번 마주치기가 힘든데, 더 힘들어질 판이다. 주민을 대변할 통로는 줄고, 민생은 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지역구 225석, 비례 75석’인 패스트 트랙 안대로라면, 인구수가 부족해 조정을 해야 하는 지역구가 총 26곳이다. 그 대상이 수도권은 적고 호남을 비롯한 농어촌 지역에 쏠려 있다. 서울은 49석 중 2석(4%), 경기는 60석 중 6석(10%)만 조정하면 되는 반면, 호남은 28석 중 25%인 7석을 조정해야 한다. 광주 8석 중 2석(25%), 전남 10석 중 2석(20%), 전북 10석 중 3석(30%)이다.

전북에서는 익산, 김제·부안, 남원·임실·순창 지역구가 조정 대상인데, 한 곳을 건드리면 사실상 전북 지역구 전체를 조정해야 해서 전북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5개 이상의 지자체가 지역구 하나로 묶일 수도 있어 구·동 단위로 지역을 촘촘하게 챙기는 수도권 의원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수는 곧 지역의 힘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수도권에 집중된 마당에 정치까지 수도권에 몰리게 되면 지방경제는 퇴보하고, 지방분권은 요원해질 것이다. 농어촌 지역구를 줄이게 되는 패스트 트랙안을 근본적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정쟁만 일삼는 국회, 의원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대목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의원수를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의석수를 늘리되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고,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하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심각한 도덕적 하자가 있는 의원을 국민의 힘으로 퇴출하는 제도도 함께 논의해 볼 만하다.

사실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대비 의원 수는 OECD 34개국 중 31위로 최하위권이다. OECD 34개국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 평균이 10만 명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17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 1월 국회 정치개혁특위 자문위원회도 의원정수를 360명으로 늘리자고 권고한 바 있다.

현재 패스트 트랙 안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기 지역구가 없어지는데 찬성할 의원이 어디 있겠는가? 패스트 트랙이 지정되자마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려면 국회의원 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국회는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정당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다시 선거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전북 국회의원 수를 줄여 전북의 발전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용호 국회의원(남원시임실군순창군·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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