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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빈집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빈집
  • 기고
  • 승인 2019.05.21 20: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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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짝 돌쩌귀가 빠져나간 집 마당 가득 망초가 우거진 집 무너진 담장 위로 찔레꽃이 소복한 집 처마 끝에 왕거미가 세 든 집 뒤란 늙은 감나무 아래 빈 의자가 주저앉은 집 비우며 자물쇠도 안 채워둔 집 창호지 찢고 바람이 드나드는 집 두레 밥상에 쥐똥 한 상 잘 차려진 집 이따금 이웃집 개가 짖어 주는 집 담배 한 대참 건너 새 아파트가 즐비한 집 아무도 달력을 넘기지 않는 집 언제까지나 2006년 병술년 9월인 집

마당에 싸리비 자국 정갈하던 집 빨랫줄에 빨래가 고슬고슬 말라가던 집 담장 밑에 봉선화가 곱던 집 바람벽 수건으로 말갛게 얼굴 닦던 집 복 福자 밥사발에 밥 푸고 목숨 壽자 대접에 국 담던 집 형광 등불 아래 달그락 겸상하던 집 칠월 스무사흘 아버지 생신상 차리던 집 반질반질 마루가 윤나던 집 숟가락 통에 숟가락이 많던 집 가나안처럼 약속이 있던 집 추석에 내려올 자식들 미리 기다리던 집 도란도란 파란 대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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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잃고나는쓰네 2019-05-27 18:38:09
사람, 사랑이 모두 떠나간 '빈집'

폐허가 되어 허물어지기 전에
파란 대문 집 마당이 허락된다면,
2019년 5월 달력으로 넘겨 걸고.
왕거미가 세 든 거미줄 집 싸리비로 걷어내어
묵은 때 깨끗하게 쓸고 닦은 후.
좋은 사람들 불러드려
마당에 모닥불 피워놓고
맛있는 안주 구워가며
쓴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웃음 가득 따뜻한 얘기로
빈집에 온기를 채우고 싶네요.

라라 2019-05-22 17:57:09
어릴적 뛰놀던 옛집의 추억을 하나 둘
기억 속에서 꺼내보니 ''
'빈집''과 많이 닮아 있네요
해 저물 녘 모락모락 굴뚝 연기가 피어오르면
가마솥 누룽지 먹으러 부엌을 기웃 거렸던
일곱살 꼬마아이, 이젠 그리움 입니다.
빈집에 새겨진 유리창 너머,
그도란도란 들려 오는 그 날의 이야기
파란 대문은 지금도 활짝 열려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