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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 감독의 신작
켄 로치 감독의 신작
  • 김은정
  • 승인 2019.05.23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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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영화감독 켄 로치(Ken Loach, 83). 사회적 주제로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해온 그의 신작 <쏘리 위 미스드 유>가 올해 칸영화제를 통해 다시 화제다.

2년 전 칸영화제가 그에게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안긴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같은 연상에 있는 영화다. 전작이 사회복지 시스템을 통해 자본주의와 노동문제에 대한 문제를 비판했다면 신작 또한 밤낮없이 일해도 고단하기만한 노동자의 삶과 불안정한 고용의 여파를 통해 왜곡된 노동현실을 비판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빚더미에 나앉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임시직 택배기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장이 주인공이다.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계화된 노동 환경이 가져오는 왜곡된 노동 현실은 비단 영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과도 많이 닮아 있다.

1963년 BBC PD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감독의 관심은 사회적 소외계층과 노동자에 닿아 있었다. 2006년 59회 칸영화제에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더 널리 알려진 그는 2007년 베니스영화제 명예 황금곰상, 201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등을 수상하면서 세계적 거장으로 우뚝 서기까지 줄곧 사회 현실을 직시하는 걸작들로 관객들을 만났다. 소외된 이웃들의 현실을 주목하며 그들의 삶에 힘이 되는 영화로 사회운동을 해온 감독에게 ‘블루칼라의 시인’이나 ‘노동자를 위한 감독’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많은 사람들이 토론을 시작했지만 정권의 정책과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보수 정권은 여전히 배고픔을 무기로 사용한다. 영화나 책 음악 등 문화로 토론을 시작할 수 있지만 변화를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정권의 생각을 영화로 바꿀 수는 없지만 그에 반대하는 의견은 커지고 있다.”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자신의 영화로 노동환경이 바뀌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지만 사회 현실을 직시하는 관점은 더 깊어진 듯하다. 은퇴를 예고했으나 다시 신작을 내놓은 이유도 거기 있을 터다. 정작 칸에서는 경쟁부문에 초청된 그의 신작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전해지지만 그게 대수겠는가.

수많은 임시직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마주하면서도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영화 한편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줄 거장의 신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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