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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2000년 전 한반도 하이테크의 정수, 잔무늬청동거울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2000년 전 한반도 하이테크의 정수, 잔무늬청동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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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2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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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갈동 유적 5호 움무덤에서 출토된 잔무늬거울
완주 갈동 유적 5호 움무덤에서 출토된 잔무늬거울

완주 갈동을 비롯한 전북혁신도시 개발 구역 내에서는 우리나라 초기철기시대(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의 움무덤들이 100기가 넘게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중서부 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는 가장 많은 수이다. 갈동 유적에서는 출토 위치가 확실한 한국식 동검과 청동 꺾창 거푸집이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신풍 유적에서는 간두령 한 쌍이 최초로 동시에 출토되기도 하였다.

이외에 또 주목되는 것이 다양한 잔무늬청동거울이다. 청동제 잔무늬거울은 한국식 동검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크기는 보통 직경 20cm 내외이며, 둥근 거울 뒷면의 중앙에 2~3개의 고리가 달려 있고, 나머지 공간에 여러 선으로 무늬를 새긴 것이 특징이다. 정교한 무늬를 새기기 위해 고운 점토로 만든 거푸집을 만들어 세밀한 원과 선으로 공간을 나누고 내부에 녹인 청동을 부었다.

잔무늬거울의 뒷면은 삼각형 또는 사각형, 원형, 사선무늬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무늬를 새겼다. 대부분의 잔무늬거울은 서로 다른 크기의 동심원을 사용하여 크게 2~3등분으로 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13,000여개가 넘는 선이 새겨져 있다. 무늬가 있는 면에 달려 있는 2~3개의 고리에는 구멍에 끈을 넣어 사용을 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기하학적인 무늬는 마치 20C 초 네덜란드 추상화의 대가인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완주 갈동 유적 7호 움무덤에서 출토된 잔무늬거울
완주 갈동 유적 7호 움무덤에서 출토된 잔무늬거울

햇무리의 모습을 무늬로 새긴 잔무늬거울은 신을 부르는 도구인 청동 방울, 정치적 권위를 보여주는 한국식 동검과 함께 주로 무덤에서 확인된다. 이중에서는 일부러 깨뜨려 넣은 것도 있어 당시 사람들의 매장 의례도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전북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잔무늬거울 20여점이 발견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가 확인된 곳이다. 또한 완주 갈동 유적 5호와 7호 움무덤에서 출토된 잔무늬거울은 곧 보물 지정이 예고되어 있다. 잔무늬거울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던 전북지역 초기철기시대 사람들의 금속학적 기술과 디자인적 감각은 현대와 비교해보아도 뒤처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더욱 뛰어난 면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왕국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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