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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정성으로 푸는 사포무용의 손짓
[리뷰] 서정성으로 푸는 사포무용의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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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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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숙&현대무용단사포,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개관 기념 퍼포먼스

남원의 춘향테마파크 일각에 시립김병종미술관이 새로 서서 우리를 기다린다.

이 미술관 개관을 기념해 ‘색다른 풍경’ 전시가 열렸고 지난 25일 오후 5시 미술관 정면 광장과 출입구를 통해 김화숙&현대무용단사포의 ‘색다른’ 퍼포먼스 ‘사포, 말을 걸다ㅡ11’가 우리를 맞이했다.

공간과 환경변화에 따른 안무를 시도한지 열 한 번 째! 극장무대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찻집, 미술관, 사찰, 레스토랑, 야외 등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사포무용단의 주제는 뚜렷하다. 춤이 소통을 주도하겠다는 예술의지이다.

김병종미술관은 과묵한 직각의 시멘트 덩어리다. 정면의 출입문을 들어서야 비로소 전시실의 작품들이 서정의 따뜻한 품을 열어준다. 반대로 문을 나서면 작은 광장이 기하학적인 구조로 서정을 단절한다. 끊어진 서정을 ‘비밀의 문‘을 통해 사포의 대표적 춤꾼 셋(박진경·김남선·송현주)이 이어낸다.

광장 바닥은 자갈밭이고, 물 바닥이고, 딱딱한 보도 블록인데 배경인 미술관 좌우는 숲이고 일꾼들이 공연과 상관없이 작업하고 있는 풍경도 보인다. 저녁 무렵 어쩌다 연상(聯想)은 과학화된 삭막한 광야에 버려진 인간 군상들이 살을 부비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낯선 듯, 친숙한 듯, 알은 체 인사하는 풍경이 된다.

그 가운데 추억을 더듬으며 ‘기억 저편’에 떠오르는 사포의 ‘말을 거는 방식’은 단순화를 거쳐 순화(醇化)의 과정이다. 이 장면에 드라마가 있다. 시작도 끝도 없을 것 같은 제4장에 내가 있고, 네가 있으며 두 남녀(문지수, 고성수)의 추억이 관객의 몫으로 공유된다.

그렇게 이어진 서정성(抒情性)은 에필로그 ‘사라지는 것들’과 함께 과묵한 시멘트 미술관 건물, 딱딱한 광장 바닥, 자갈밭, 그리고 물 바닥의 현실 앞에서 무대 공간 이탈과 주변 환경과 하나 되는 앞선 의식의 현대화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를 새삼 깨닫게 만든다.

그러나 한편 시선을 돌려 관장을 부감(俯瞰)하면 거기 환경 속에 아름다운 춤의 서정이 서로의 소통을 기약하고 있다.

 

/이상일 무용평론가·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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