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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군산 십이동파도 출수 청자들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군산 십이동파도 출수 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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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0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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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십이동파도 출토 청자들
군산 십이동파도 출토 청자들

도자기는 과거 삶의 복원에 많은 힌트를 준다. 도자기를 생산했던 가마터는 당시 생산 환경과 입지를, 무덤에서 나온 도자기는 계층별 부장문화와 소비경향을, 또 바다에서 나온 것들은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유통과정을 보여준다.

최근 군산, 태안 등 서남해안에 과거 도자기를 선적하여 항해했던 침몰선들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한두점이 아닌 수천에서 수 만개의 그릇들을 선적하여 어딘가로 이동하던 중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사정은 안타깝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중요한 과거의 정보들을 주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조운제도가 체계적으로 운영되었다. 주로 선박을 이용한 수운이 활발히 활용되었고 운영주체는 국가였다. 해로는 운반시설이 발달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중요한 운송로였으며, 물산이 풍부한 서남해안으로부터 개경으로 향하는 루트가 중심이 되었다. 청자의 중심 생산지인 해남, 강진, 부안 등 전라도 지역에서 만든 그릇들은 바로 이 방법으로 소비처로 향하였다.

군산 십이동파도 해저유적은 고군산도에 위치한 한 섬에서 조개잡이 어부가 작업 중 그물에 청자들이 걸려나온 것이 조사 계기가 되었다. 공식 발굴을 통해 팔천점이 넘는 많은 청자들이 세상에 나왔다. 발과 접시, 기름병, 작은 합 등 일상생활에서 쓰는 기종들이 주를 이루며, 이들은 짙은 녹색 및 황녹색을 띤다. 접시 중에는 꽃모양으로 만든 화형花形접시가 섞여있으며, 상감이나 철화 등 청자를 장식하는 다양한 시문기법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 청자들은 12세기 해남지역에서 만든 청자들과 유사한 조형적 특징을 보여 이곳에서 만든 후 영암에 설치되었던 장흥창長興倉에서 선적되어 서해연안 항로를 따라 수도인 개경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다 군산 부근 해역에서 항로를 이탈하여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십이동파도 유적에서는 청자뿐만 아니라 도기 등 항해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도 발견되었고 그대로 가라앉아 배의 실체도 드러났다. 특히 청자를 차곡차곡 포개어 포장해서 선적하는 효율적인 방법까지 밝혀졌다. 하나의 침몰된 조운선이지만 도자기를 배에 싣는 방법, 선적 상태, 배 위의 생활 등 고려인의 삶의 수수께끼를 풀어주었다. 즉 십이동파도 유적에서 출수된 다양한 유물들은 고려의 경제, 사회, 문화를 살필 수 있는 하나의 문화코드인 셈이다.

 

/서유리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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