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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관객 울린 ‘달하 비취시오라’…명작(名作) 반열에
[리뷰] 관객 울린 ‘달하 비취시오라’…명작(名作) 반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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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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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오페라단, 서울 예술의 전당서 창작오페라 ‘달하 비취시오라’
'달하, 비취시오라' 공연 모습
'달하, 비취시오라' 공연 모습

“오페라 너무 좋았고, 감동~이었다!”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두 번째 작품인 ‘달하, 비취시오라(5월 24일∼26일)’는 이렇게 당당하게 오페라하우스의 명작(名作)으로 입성(入城)했다.

사실 우리 현대인들은 날마다 이별이요, 사는 게 전쟁이요, 그리움, 외로움을 가득 안고 살아간다. 더 멀리 가고 싶고, 다 던지고 떠나고 싶다. 그래서 ‘달하…’의 정읍사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이별의 원전(原典)이요, 우리 문학사 최고의 백미(白眉)다.

호남오페라단 조장남 단장이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낚아 올린 월척 중의 월척이다. 여기에 지성호 작곡가 역시 죽을 때 까지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쓴 내공(內攻)이 다 녹았다.

풍부한 색채감의 관현악과 극적인 합창 장면이 강하게 관객을 압도하고, 빼어난 아리아가 군데군데 배치되면서 캐릭터가 살아난 연기가 몰입을 유도했다. 엔딩 부분의 도창은 우리 맛의 소리로 애절함을 더해 울컥하는 연출을 했다.

그렇다. 감동이 그저 오는 것은 아니다. 정읍사는 어디서도 만들 수 없는 전북지역 최고의 토산품이다. 이것은 이제 지역을 떠나 특화하지 못한다면 무엇을 자랑한단 말인가. 이태리는 베르디와 푸치니, 비엔나는 모차르트. 프랑스는 비제의 카르멘으로, 수많은 명작들이 전 세계 수백 곳의 극장에서 수 백 년을 이어져 내려오는 게 오페라다. 그러니까 작품 하나가 국왕의 명성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작품의 가치란 이렇게 시대를 초월한다. 때문에 이번 ‘달하…’를 더욱 보완해 세계 시장에 출시해 반응을 살피는 것은 조단장의 역할이 아닌 것 같다. 다 만들어 주어도 모른다 하면, 지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오페라 하나가 떠서 세계 곳곳에 흩어진 우리 동포들이 탄성과 눈물을 흘릴 것을 생각해 보시라. 노랑머리의 외국인들은 달에 대한 정서가 우리와 다르다. 그들은 우주 정복의 달이다. 이런 것을 통해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높은 심미(審美)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이태백의 달만 달이 아닌 것이니 중국 수출은 또 어떤가.

이런 것을 해야 문화 강국이 된다.

로비에서 만난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역시 한국오페라의 가능성을 봤다며, 한 번 해 볼만하다고 하는 게 아닌가. 이구동성으로 작품의 평가가 이러할 진대 누가 할 것인가. 물 들어올 때 배 띄우라는 말처럼 본격적으로 ‘달하…’를 띄워야하겠다.

베르디의 여러 작품들이 조국을 생각해 음악사에 남았다. ‘달하…’는 서정과 역사가 잘 버무려진 수작(秀作)이다. 작품이 국경을 초월해 나갈 수 있는 소재로서 적격(適格)인 것이다. 세상에 전쟁 안한 나라가 없고, 죽음으로 이별한 백성들, 히브리 노예들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 창작오페라의 가능성을 열어준 감동의 밤이었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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