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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길상 시인 - 이보영 문학평론가 ‘이상평전’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길상 시인 - 이보영 문학평론가 ‘이상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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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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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상의 실존적 고뇌에 대한 기록

변혁기나 전환기나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식민지라는 세상의 끝에서 무엇을 목격했을까. 그동안 신봉해왔던 성장과 발전 혹은 풍요가 자본의 식민화나 식민통치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걸 깨달았을까. 근대적 이성에 충실했던 식민통치 하의 지식인들은 지배국가의 침탈과 그 지배가 지속되리라 생각했을까. 자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를 추동해온 그들의 계몽적 이성과 합리주의가 현대에 들어와 설 곳을 잃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여기서 그 반대편에 서 있던 당대의 문제아나 반항자 혹은 분열증 환자, 허무주의적 부랑아들과 조우하게 된다.

이상은 문학계의 괴짜 아니 문제아였다. ‘二人…1…’에서 ‘감람산’의 ‘기독’의 납치와 그의 설교 무대를 부수는 지배자를 폭력배 ‘알 카보네’로 풍자하며 ‘황제’의 초상이 새겨진 세속적 가치밖에 없는 ‘화폐’, 그 물질화된 세상의 전복을 시도한다. 그와 같은 시들을 발표하며 이상은 일제 지배권력과 충돌한다. ‘황제’의 ‘화폐’가 주는 안락함과 안정성을 욕망하지 않을 때 세계와 불화를 일으킨다. 그는 자본화된 사회와 지속적으로 불화하는 동안 지각되는, 불가능할수록 더 갈구하는 이상적인 진실을 추구한다. 즉 지하생활자 같은 비정상적인 행동들, 서울 뒷골목에서의 방황, 반사회적인 부조리한 만화 그리기, 수업 사보타지, 특히 新婦복장 차림의 위장, 식별 불가능한 분열증적인 자화상, 총독부 말단 관리로 근무하면서 반체제적인 소설 <十二월 十二일>을 총독부 기관지에 발표하는 이중적인 활동, 폐결핵을 인류의 죄에 대한 천벌로 역이용한 발상은 비정상적인 시대에 대한 저항이요, 극심한 고뇌의 산물이다. 따라서 이보영은 이상의 방황과 분열증적인 자기파괴를 반체제적 저항 예술가의 정신적 발전의 과정으로 파악한다. 이상은 그 극단적인 상상력을 심화시켜 어떤 적극적이고 날카로운 발언을 담아낼 틀을 고안해낸다. 통사법이나 띄어쓰기 무시, 암호에 가까운 시어들, 초현실주의적 수법 등이 그것인데 일제의 가혹한 검열로 인하여 반체제적 저항시의 발표가 몹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보영 문학평론가의 <이상평전>은 일제의 조선 강점이라는 절박한 문제에 직면한 작가 이상의 실존적 고뇌에 대한 기록이다. 존재방식의 지각조차 불가능한 식민지적 삶의 탈출은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고뇌와 시련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보영은 식민지화된 문화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어떤 것인지 그의 생애와 시집과 소설과 산문들 및 자화상의 세밀한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초현실주의적 또는 미래주의적인 기법, 기독교적 상상력과 조형적 상상력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창출한 이상을 식민지시대의 저항작가인 동시에 동아시아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작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의 작품세계와 생애는 아직도 미스터리가 많다. 이상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한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다.
 

이길상 시인
이길상 시인

* 이길상 시인은 2001년 전북일보와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으며, 시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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