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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사이렌, 막말정치
스타벅스, 사이렌, 막말정치
  • 기고
  • 승인 2019.06.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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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대행진 자유한국당, 입 열어 진짜바보 되느니 국민을 위한 정책 찾아야”
김성중 객원논설위원
김성중 객원논설위원

‘커피 제국’ 스타벅스의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커간다. 20년 전 이화여대 앞에 첫 매장을 연 스타벅스는 동종 업계에서 압도적 1위다. 작년 매출이 무려 1조5천억 원대. 업계 2위 매출액 2743억, 3위 2004억과 비교가 안 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 다음으로 크다. 한국 스타벅스의 성공 요인으로 고급화, 카공(카페에서 공부)족, 현지화 전략 등 소비자 위주의 경영기법을 꼽는다.

스타벅스는 커피 고객을 상대로 한 치명적인 유혹을 숨기지 않는다. 로고에 그려진 여인은 다름 아닌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이다. 사이렌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해 배를 침몰시키고 선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마녀(요정)다. 사이렌은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 ‘오디세이’에도 등장한다.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몸을 밧줄로 묶어 사이렌의 유혹을 극복한다.

죽음을 부르는 소리로 상징되던 사이렌은 오늘날 위험을 알리는 경보로 바뀐다. 1819년 프랑스 발명가 C. C. 투르는 경보장치를 만들고 이를 사이렌으로 명명한다.

최근 들어 정치권에 사이렌이 연이어 울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출범 이후 사이렌 소리는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이번 사이렌은 정치인들의 최극단으로 치닫는 막말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제1야당의 ‘막말 대행진’은 지면에 옮기기에도 부족하다. 국회 복도에 앉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걸레질을 한다’는 언론인 출신 한선교 사무총장. 헝가리 유람선 참사와 관련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 문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이라는 민경욱 대변인. 세월호 유가족에게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는 차명진 전 의원. 그는 심지어 문 대통령을 빨갱이로 몬다. 여기에 ‘김정은이 문재인보다 낫다’는 정용기 정책위원장. 문 대통령을 일베들이 쓰는 창녀를 빗대 ‘달창’으로 칭한 나경원 원내대표. 앞서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 등등.

막말이 너무 많아서인지 당은 징계에 시늉만 낸다. 아니 어쩌면 이들은 국민들에게 문재인 정권의 위험을 경고하는 사이렌을 울렸다고 자부할지 모를 일이다. “나부터 ‘삼사일언’(三思一言)하겠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황교안 대표의 뒤늦은 경고는 그래서 더욱 공허하다.

사실 황 대표의 막말도 오십보백보다. 취임 일성으로 투쟁을 선언한 그는 현 정권을 좌파독재로 규정했다. 이어 국내 상황을 지옥으로까지 표현한다. 나아가 청와대의 ‘5당대표 회동 후 일대일 회동’ 제안에 대해 “3당대표 회동 직후 일대일 회동은 용인하겠다”고 받아친다.

‘용인’의 사전적 의미는 ‘용납하여 인정함’이다. 용납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의 말이나 행동을 받아들임’이다. 말은 그 사람의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나오는 법이다. 임금님 말씀 같은 황 대표의 ‘용인’을 용인해 줄 국민이 많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에이브라함 링컨은 “입을 다물고 바보로 취급받는 것이, 입을 열어서 진짜 바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촛불과 탄핵을 겪고도 막말 구태를 거듭하는 정당에게 국민적 기대가 커질리 없다.

진동 벨이 없는 스타벅스는 작년에 ‘사이렌 오더’를 도입했다. 매장 카운터에 줄서지 않고 어디서든 앱으로 음료를 주문하는 방식으로 고객 반응이 좋다. 소비자의 불편에 착안해 한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매번 정책대안 없이 국민이 힘들다고만 외치는 자유한국당이 본받을 대목이다. 그마저 당장 어려우면 차라리 입을 다물어 ‘진짜 바보’ 소리라도 듣지 말아야 한다. 막말이 더 이어지면 국민들 스스로 귀를 막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김성중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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