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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말
정치인의 말
  • 기고
  • 승인 2019.06.1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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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국회의원(남원시·임실군·순창군 무소속)
이용호 국회의원(남원시·임실군·순창군, 무소속)

‘선을 넘지 말 것.’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메시지다.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정치도 그렇다. 지켜야 할 언어의 품격, 행동의 품격이 있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사는 만큼 ‘아’ 다르고 ‘어’ 다른 것도 섬세하게 구분해야 한다.

정치인의 어떤 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누군가에게 비수로 날아든다면, 선을 넘은 것이다. 사실 신중하게 고르고 가다듬은 말보다 극단적이고 원색적인 말을 내뱉는 게 훨씬 쉽고 파급력도 크다. 그러나 선을 넘는 순간 파국이 시작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인의 막말도 본인과 소속 정당, 나아가 정치권 전체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 우리 정치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혐오와 막말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자극적인 말을 하면 할수록 언론의 조명을 받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게 되며, 핵심 지지층은 결집한다. 물론 부작용도 따르지만, ‘정치인이 신문에 실리기 싫어하는 일은 본인의 부고밖에 없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거친 표현은 더욱 거친 표현을 낳기 마련이고, 이제 ‘도둑놈들’, ‘빨갱이’라는 말 정도야 그리 놀랍지도 않을 지경이 됐다. 이 저급한 릴레이에 국민들은 그야말로 지긋지긋하다.

국회의원 임기 동안 과도한 비판을 하고나서 후회한 적이 없진 않다.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원내대변인을 지내면서 당의 입장을 대표해 다른 당이나 정부의 잘못을 비판해야 할 때가 많았다. 조급할수록 공격하고 싶은 심리가 고개를 쳐든다. 그러나 원색적으로 남을 공격하는 것은 곧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정치인의 말에는 여유와 유머, 해학을 담아내야 한다. 촌철살인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역사에 남는 뛰어난 지도자들은 분노와 혐오가 담긴 말로 적을 모욕하지 않고도 위기를 반전시켰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영화배우 출신이었던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암살 시도로 총상을 입은 뒤 아내에게 “총알 피하는 걸 깜빡했어. 아직 영화배우였다면 가뿐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당신이 미국의 마지막 흑인 대통령이 될 것 같다”는 조롱에 자신의 정책 홍보로 받아쳤다. “그래서 의료보험(오바마케어)을 확실히 만들어 두려고요.”

에이브러햄 링컨이 변호사 시절, 그를 노골적으로 모욕하던 유명 변호사가 있었다. 에드윈 스탠턴이다. 링컨이 대통령이 됐을 때도 그는 증오와 경멸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그럼에도 링컨은 스탠턴의 능력을 인정해 그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참모들이 반대하자 링컨은 이 같이 말했다.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떤가, 그는 적임자다. 원수를 없애라는 것은 친구로 만들라는 뜻이다.”

스탠턴은 링컨을 도와 남북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시간이 흘러 링컨이 암살당했을 때 그는 “여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있다”고 오열했고,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링컨의 곁을 지켰다.

지금 우리에게도 혐오의 고리를 끊어낼 포용력과 용기가 절실하다. 날 선 언어로 서로를 적대시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관용과 여유, 때로는 유머가 담긴 말로 서로를 보듬고 함께 하는 ‘덧셈의 정치’가 필요하다.

처칠이 한 대학에서 고작 “never, never, never give up!(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라!)”이라는 짧은 연설을 했지만, 그 울림은 컸다. 희망을 잃은 영국 젊은이, 상처 입은 이들이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정치인의 말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막말이 아니라,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한국정치가 되도록 나부터 노력하려고 한다.

/이용호 국회의원·남원시임실군순창군·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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