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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딸에게 못해준 것 다 해주고 싶어” 44년 만에 만난 모녀
“그동안 딸에게 못해준 것 다 해주고 싶어” 44년 만에 만난 모녀
  • 엄승현
  • 승인 2019.06.12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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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둘째 딸 출산후 母 건강 이상... 父, 두 딸 입양 보내
홀로 식당일과 보험일 하며 딸 찾아
경찰, 입양기록·전주영아원 기록 역추적해 상봉 이뤄
"첫째 딸 조화선(당시 5세) 씨도 찾고 싶어"
12일 전북경찰청에서 서안식 씨(사진 왼쪽)와 44년전 미국으로 입양된 딸 조미선 씨가 얼굴을 맞대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날 서씨는 아직 찾지 못한 큰딸 조화선(당시 5세)도 애타게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12일 전북경찰청에서 서안식 씨(사진 왼쪽)와 44년전 미국으로 입양된 딸 조미선 씨가 얼굴을 맞대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날 서씨는 아직 찾지 못한 큰딸 조화선(당시 5세)도 애타게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그동안 막내에게 못해준 거 다 해주고 싶어요. 타향만리 미국에서 얼마나 고생했을고...”

12일 오전 전주시 효자동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꿈에서 보던 딸의 손을 잡은 서안식씨(69·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973년 전주 삼천동에서 과일 장사를 하던 서씨는 조미선 씨(46·여·Maelyn Ritter)를 낳았다.

딸을 낳았다는 기쁨도 잠시 탯줄을 잘못 잘라 과다출혈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 서 씨는 딸이 2살이 넘던 해 젖도 제대로 물리지 못한채 친정에서 5개월가량 요양을 하게 됐다.

그 사이 남편은 서씨가 죽은 줄 알고 조씨와 조씨의 언니 화선 씨(48)를 미국과 국내로 입양을 보내고 서울로 떠나 버렸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서씨는 자식을 떠나보낸 한을 가슴에 묻은 채 큰 아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 홀로 식당일과 보험일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서 씨는 “어머니로써 딸을 잃은 죄책감에 그리고 남은 아들을 위해서 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디다 말도 못하고 한평생 가슴에 삼켜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다 2017년 그동안 입양 간 딸과 동생을 찾아주겠다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서 씨는 직접 경찰서의 문을 두드려 실종 신고를 했다. 사실상 남편은 그동안 딸들을 찾지 않았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

2017년 3월 15일 신종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조씨가 1975년 6월 홀트아동복지회를 거쳐 미국으로 입양 간 사실을 확인하고 일부 기록 등을 역추적 한 끝에 모녀 상봉을 이끌어 냈다.

미국으로 입양 간 조씨 역시 순탄하지는 않았다.

1975년 미국 시애틀로 입양 간 조씨는 12살 양어머니를 여의고 양아버지와 양오빠와 함께 어렵게 생활했다.

14살 때는 경제적인 문제로 오빠와 함께 독립해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대학에 진학했고 대기업에 입사해 현재는 남편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조씨 역시 그동안 가족을 찾기 위해 5차례 가량 한국을 방문했으며 과정에서 2004년 한국 방문 당시 전주영아원에서 자신의 출생 기록을 찾기도 했다.

그렇게 조씨의 방문 흔적은 경찰이 모녀 상봉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단서가 됐다.

조 씨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며 “처음 어머니 얼굴을 보았을 때 나와 생김새가 비슷해 놀랐고 무엇보다 양부모님들이 말씀하신 나의 강인한 성격과 개성들이 어머니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진짜 내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이날 서씨는 자신의 잃어버린 또 다른 딸 조화선(당시 5세)도 찾는다고 했다. 그는 “내 잃어버린 딸들만 찾을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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