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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별한 졸업 앨범
이 특별한 졸업 앨범
  • 김은정
  • 승인 2019.06.13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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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손으로 보는 졸업 앨범’을 마주한 것은 2015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개관 1주년을 맞아 기획한 ‘함께 36.5 디자인’ 전에서였다. 전시의 주제는 ‘공존, 공생, 공진’. ‘디자인의 신체적 사회문화적 환경적 공존과 공생 공진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나누고 나와 다른 사람의 상황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전시회는 흥미로웠다. 디자인에 대한 가치와 역할을 돌아보게 했던 다양한 전시 공간 중에서도 특별히 관객들을 오래 머물게 하는 공간이 있었다. ‘손으로 보는 3D 졸업앨범 프로젝트’였다.

전시대 위에 나란히 놓였던 9개의 흉상. 그 옆에 붙은 안내문을 읽고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9개 흉상의 주인공은 서울의 한 맹아학교 졸업생들이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과정 6년 동안 형제자매처럼 지냈지만 앞을 볼 수 없으니 목소리에 의지할 뿐 ‘내 친구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처음에 누군가 3D 프린팅으로 이 아이들의 얼굴을 재현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을 것이다. 제작팀은 아이들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제작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해 3D 프린팅으로 입체형 흉상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안겨질 앨범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컸다. 드디어 3D 프린터로 제작된 플라스틱 흉상을 처음 만졌을 때, 눈 코 입……. 손가락으로 친구의 얼굴을 더듬어가던 아이들은 탄성을 터뜨리며 놀라움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누구는 코가 예쁘고 누구는 눈이 컸고 또 누구는 이마가 넓고…….” 함께 가슴 뜨거워졌었다는 전시 관계자가 전해준 이야기다.

3D 프린팅은 프린터로 물체, 다시 말하자면 입체도형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이미 의료, 생활용품, 자동차 부품을 비롯해 우리의 일상에서도 활용되는 수많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3D 프린팅의 쓰임새는 아직 진행 중이다. 특히 첨단과학 분야에서의 쓰임이 더욱 빛을 발해 그 확장성이 어디까지 이를지 미지수라는데, 그만큼 각 영역에서 활용되는 쓰임새의 확장성이 놀랍다.

전북 맹아학교 졸업생들도 올해 ‘손으로 보는 3D 졸업 앨범’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오랜 교류를 바탕으로 미국 머서대학교 기술팀과 인연이 닿은 덕분이란다.

문득 처음 이 3D 프린팅으로 시각 장애 학생들의 졸업앨범을 제작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그 누군가로 인하여 사람 사는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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