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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das와 MB의 다스
이희호 das와 MB의 다스
  • 위병기
  • 승인 2019.06.17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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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논설위원

물건의 개수를 나타내는 단위 중에 12개 묶음을 ‘다스’라고 한다. 이는 본래 영어 ‘더즌(dozen)’의 일본식 발음인데 어떤 연유에서 인지 일상생활 속에서 다스란 단어는 참 익숙하다. 중장년 이상의 연령층은 한 묶음이란 의미로 오랫동안‘연필 한 다스’라고 해왔다. 연필이 샤프펜슬로 대체되고, 요즘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이 주로 쓰이면서 일상에서 ‘다스’란 단어가 잊혀져갈 즈음 갑작스럽게 다시 다스(DAS)가 등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다스란 회사가 MB 소유다, 아니다” 말들이 무성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고 요즘 이 사건 재판이 한창 진행중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실소유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비 585만 달러(약 67억7000만원)를 삼성이 대신 납부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1심 재판부는 61억여 원을 뇌물로 인정하고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중장년들에게 다스 하면 어린 시절 많은 추억을 안겨준 연필이 우선 떠오르는데 10여 년 전부터는 이게 MB소유 기업이 연상되고, 또 뇌물이란 인식이 강하다. 성공한 기업인이었으나 MB는 대통령 한번 지낸뒤 탐욕의 대명사가 됐다. 어릴때는 옷을 더럽히지 말고, 어른이 돼서는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충고를 잊었나 보다.

한동안 잊혀진 듯 했던 다스가 최근 우리 앞에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엊그제 영면한 이희호 여사의 젊은 시절 별명이 바로 다스(das)였기 때문이다. 서울대 사범대 재학시절 이희호에게 따라붙은 별명은 독일어 중성관사 다스였다. 독일어는 남성, 여성, 중성에 따라 어미 변환이 많은데 das는 중성을 가르킬때 쓰는 단어다. 대학생 이희호는 행동만 봐서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걸음걸이도 빠르고 행동이 남성적이었다고 한다. 남성 위주의 관습이 사회전반에 강하게 찌든 상황속에서 이희호는 거대한 벽에 맞선 1세대 여성운동가다.

지금부터 꼭 56년전 마포구 동교동엔 김대중과 이희호 문패가 나란히 걸렸다. 부부 문패가 가정집에 나란히 걸린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대 충격이었다. 미국에서 선진 교육을 받은 아내와 깨어있는 남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희호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3김시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이희호 여사가 떠나면서 이젠 3김의 흔적마저도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동일한 단어‘다스’가 사람에 따라 이렇게 까지 다른 의미로 각인된다는게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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