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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소설가 - 장마리 ‘블라인드’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소설가 - 장마리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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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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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가지는 치유성, 작품에 고스란히 접목

언젠가 장마리 작가가 물었다.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했으므로 애인을 살해하다.’가 가능할까요?” 아마도 블라인드를 한참 집필하고 있던 때였을 듯하다. 막연히, ‘그럴 수는 없다’고 말한 듯도 하고, 말이 막힌 듯도 하다.

누군가의 슬픔을 직면하고 싶지 않거나 연관되는 것마저도 외면하게 되는 때가 있다. 이미 극도의 슬픔을 경험했기 때문에 현장이 재현되는 그 아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러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자신을 소진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겠다는 가장 소극적인 태도, 블라인드를 치는 것, 마음의 거리를 두고 창을 닫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 단체 또는 정부기관과 살아가며 숱하게 부딪히는 이 세계의 모든 현상에 대해 마음을 닫아두는 일은 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태도일 수도 있다. 그것이 내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라면 말이다. 블라인드가 그것이다. 내가 회복할 시간을 얻기 위해 가림 막을 치고 공간을 만드는 것. 소설가 장마리의 <블라인드>를 읽고 내가, 우리 사회가, 기업이, 정부가, 세계가 가리고 싶은 진실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블라인드를 걷어내고도 자아를 보호받을 수 있을까. 개인의 성숙한 이해,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가능할까하고.

장마리 작가는 그의 첫 장편인 <블라인드>를 통해 이경민과 신미나라는 인물을 끌어왔다. 진실을 알지 못하는 이경민의 누나인 ‘나’는 그 블라인드를 걷어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를 이끌고, 그 블라인드의 정체가 무엇인지 신미나의 궤적을 쫓는다. 문예창작학과에서 만난 이경민과 신미나, 그들의 글쓰기는 서로의 인연을 확인시키는 도구가 된다. 경민은 누나인 경은에게 ‘소설은 무엇일까? 인간의 이중성,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 거……’라고 말한다. 가릴 수밖에 없었고, 가려지길 원했던 신미나의 블라인드를 걷어낼 수 있다면, 당신 내면의 블라인드를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읽지 않는 시대, 소설 <블라인드>가 자본주의 극단의 신경증적인 주제를 말하기보다는 인간 내면의 서사에 더 집중하는 것은, 이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외면하고 싶은 심리의, 대중적인 무의식적 제스처라고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장마리 작가는 실제 수형자들과의 글쓰기나 ‘익산여성의전화’ 등에서의 ‘치유적 글쓰기’의 경험을 살려 문학이 가지는 치유성을 작품에 고스란히 접목시켰다.

윤흥길 소설가가 추천사에서 말했듯이 나 역시 장마리 작가의 첫 단편집인 <선셋 블루스>를 소설가를 꿈꾸는 문우에게 작문 교과서로 소개하기도 한다. 그의 첫 장편인 <블라인드>는 장마리 작가에게 있어 장편의 장르에서 시나리오의 장면기호를 소제목으로 등장시킴으로서 추리극의 관객으로 우리를 붙들어 매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장마리 작가의 장점인 서사성에 충실한 첫 장편을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1독이 아니라 2독을 하며 느낄 새로운 즐거움까지도.
 

정숙인 소설가
정숙인 소설가

*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한 정숙인 소설가는 역사를 마주보는 소설 쓰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작품으로는 단편소설 ‘백팩’과 ‘빛의 증거’와 채록집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는, 개복동에서>가 있다. 현재 전북작가회의와 여수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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