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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원칙대로 판단한다면, 자사고 재지정 취소 부동의해야”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원칙대로 판단한다면, 자사고 재지정 취소 부동의해야”
  • 김보현
  • 승인 2019.06.23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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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정 과제와는 별개로 봐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
학부모·학생 모두 마음 고생 심해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북교육청의 평가에 대해 심경을 밝히고 있다. 조현욱 기자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북교육청의 평가에 대해 심경을 밝히고 있다. 조현욱 기자

“교육부 장관이 원리 원칙대로 판단한다면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부동의’ 할 겁니다.”

21일 상산고에서 만난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은 “억장이 무너진다”면서도 상심할 틈 없이 후속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 상산고의‘자사고 재지정 평가 취소’ 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이었다.

 

△“국정과제 ‘자사고 폐지’와 재지정 평가는 별개”

“전북교육청의 평가는 ‘자사고 폐지’라는 결과를 정해두고 한 채점”이라고 비판한 홍 이사장은 교육부 장관 동의여부에 기대를 걸었다. 최종적으로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취소 행정처분을 받는다면 즉시 법적구제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이 실시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청문절차를 거쳐 교육부 장관의 동의 여부를 받아야 결과가 확정된다.

“법과 교육적 판단에 의해 결정한다면 교육부 장관의‘부동의’처리가 맞습니다. 정치적으로 처리한다면 예외적일 수 있겠죠. 그러나 내가 강조하는 것은 대통령 국정과제라 할지라도 원칙과 제도에 맞게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대통령 국정과제인 ‘자사고 폐지’와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고 존폐 문제는 법령 개정안을 내고, 필요하다면 찬반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 수렴을 하고 공론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학교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평가해 문제가 심각할 경우 자사고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지, 자사고를 폐지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사고는 획일화 교육 보완을 위한 것”

홍 이사장은 교육자로서 작심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자사고 폐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한 그는 “다양한 인재를 기르는 것이 핵심인 시대에 교육의 자율성과 수월성을 짓누르고 획일·평등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고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혜안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1974년 고교평준화 제도가 실시된 후 김대중 정부는 평준화에서 오는 획일성을 보완하기 위해 자립형사립고(자율형사립고의 전신) 설립 정책을 세웠다.

학생을 선발해 자율적인 교육과정으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지만 당시 전국 900개 학교 중 8개교만 지원했다. 학교법인이 매년 수십억 원을 충당해야 하는 재정부담이 컸던 탓이다. 이후 상산고 등 6개 학교가 2002년 자립형사립고로 선정됐다.

그는 “자사고가 각종 특혜를 누린 적폐, 귀족학교라고 하지만, 정말 그랬다면 초창기 대부분 사학이 외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생선발권, 교과목 편성권 등 사립학교가 설립자의 건학이념을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줘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오로지 교육적 철학과 신념으로 가꿔온 학교가 마치 사라져야 할 ‘적폐 학교’로 몰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과연 학교를 계속 운영해야 하는지 회의감과 정치 논리에 근간이 흔들리는 교육정책 현실에 대한 자괴감이 홍 이사장을 옭아맸다.

 

△“학생 혼란 안타까워, ‘교육 안정성’ 저해 없어야”

자사고를 운영한 17년간 학교운영과 관련해 수차례 소송을 맞붙었다. 차라리 상산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재정부담 없이 정부 보조를 받고, 여생도 지금보다 편하지 않겠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그는 “교장·교감을 비롯해 선생님들이 헌신적인 노력으로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었고, 아이들도 자부심을 갖고 다녀왔다. 불합리한 평가에 의해 학교의 정체성을 잃는 것은 부당하다”며 “재학생들과 동창회, 학부모들의 신념, 교육자로서의 철학과 자부심을 저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2018년에도 전북교육청이 평준화지역에 있는 자사고·외고 불합격자는 지역 내 정원 미달인 일반학교가 있어도 입학하지 못하게 해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결해 무산됐지만 학생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그는 “이번에도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들을 혼란에 빠뜨려 놓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사과는커녕 후속 조치도 없다”면서 “교육당국의 무리한 정책으로 학부모, 학생, 학교가 모두 맘고생이 심한데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를 보면 사진 찍고 싶다며 반기고, 학교가 좋다고 외치는 총글총글한 눈망울이 눈앞에 선합니다. 이 아이들처럼 상산고의 배움과 열정을 나누고 싶은 예비 고등학생들이 많은데 내가 물러설 수 없지요.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결국 이뤄낼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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