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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어른이 없다?
지역에 어른이 없다?
  • 기고
  • 승인 2019.06.27 20: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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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역의 갈등 현안이 또 터졌다.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취소 결정으로 지역사회가 찬반양론으로 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나서서 중재하거나 문제를 풀어보려고 시도하는 사람도 세력도 보이지 않는다. 비단 이번 일만이 아니다. 수십 년 간 풀리지 않고 있는 전주-완주 통합문제, 전주종합경기장 활용방안 등 지역의 갈등 현안이 터지면 오직 당사자들의 삿대질과 터질 듯한 목청뿐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가 모르쇠이다. 여기에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면서 애매모호하고 그럴싸한 말과 어정쩡한 입장만을 내놓는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결정 장애자 같이 못나 보인다. 이러다보니 당사자들 간의 갈등만 커지고, 문제 해결은 물 건너가고 만다.

이럴 때 지역의 어른이 몹시 그립다. 어떤 이들은 우리 지역에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고 말한다. 정말 없을까. 중앙의 고 김수환 추기경, 광주전남 지역의 고 홍남순 변호사나 고 조비오 신부 같은 분이 우리 지역엔 없을까. 혹시 우리가 지역의 어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거나, 지혜를 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건 아닌지. 그러면 어떤 사람이 어른인가.

먼저 어른은 꼰대와는 다르다. 어른다운 행동은 꼰대질과는 결이 다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꼰대질이란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어른다운 행동이란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나이가 많다고 지식과 경륜이 저절로 많아지는 게 아니고 인격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생활환경이 급변하는 현실에 아주 무감각하고, 탐욕스러우며, 독선적이고, 수치심을 잃어버린 노인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식은 부모를, 학생은 선생을, 아이는 어른을 존경해야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존경할 만한 선생과 어른이 어디 그리 흔한가. 지역의 어른은 더 이상의 자리나 명예를 탐하지 않고서 오로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역할에 힘써야 한다. 지역사랑을 끊임없이 실천하고, 언행이 진실 되며, 겸손하면 주위로부터 존경이 따라오게 되어있다.

어른은 최첨단 정보나 지식에는 뒤처질 수 있으나 두터운 세월의 지혜만큼은 젊은이들을 압도한다. ‘노마지지’(老馬之智)’ 또는 ‘노마지교’(老馬之敎)란 고사성어가 있다. 사람도 늙은 말의 지혜를 따르지 못한다는 이 고사는 전국시대 제나라 환공(齊王 桓公) 휘하의 명재상 관중(管仲)과 얽힌 일화에서 비롯된다. 전쟁 중 눈길에 길을 잃어 병사들이 위급한 상황에 빠지자 관중은 짐을 나르던 말 중에서 가장 늙은 말을 골라 짐을 풀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말을 앞장 세워 병사들을 이끌고 난공불락 천연요새를 점령하는 데 성공하였단다. 몸은 늙어도 지혜는 녹슬지 않는 법.

지역에 어른이 없다고 더 이상 말하지 말자.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처럼 가까이 두고서 못 찾는 건 아닌지.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큰 바위 얼굴은 위대한 정치가도, 재력가도, 군인도 아니다. 평생 진실 되게 살고, 겸손하며, 사랑을 실천해온 사람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이다. 이런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역 어른을 찾지도,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이제라도 지역 어른들의 지혜를 잘 활용해야 한다. 도청과 시군 청이 나름대로 존경받는 원로들을 모셔 원로자문회의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수시로 어른들의 지혜를 구하라. 또한 지혜와 권위를 가진 어른들이 지역의 갈등 현안을 중재하는 데 앞장선다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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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2019-06-28 08:14:54
애향운동본부는 허울만 있는겨?

조율 2019-06-27 21:51:33
맞습니다
정치인의 사심이 아닌
진정한 어른이 있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