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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신구법천문도’ 동양과 서양의 천문도가 결합되다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신구법천문도’ 동양과 서양의 천문도가 결합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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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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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법천문도
신구법천문도

‘신구법천문도(新舊法天文圖)’는 하늘의 별자리를 묘사한 천문도이다.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천문도(옛 천문도)와 서양에서 새롭게 유입된 천문도(새로운 천문도)를 함께 배치하여 비교하고 있다. 서양의 천문도는 조선 초기의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 비해서 새로운 지식을 담고 있기에 신법천문도라 부른다. 한국의 옛 그림이나 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내용이 진행된다. 따라서 본문의 그림은 오른쪽 상단에서 시작하여 왼쪽 하단에서 끝나게 된다.

천문도의 오른쪽에는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한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수록하였다. 조선시대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크게 세 가지 판본이 존재한다. 태조 석각본, 선조 목판본, 숙종 복각본과 그 탁본들이다. 이 천문도에 수록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숙종 석각 또는 그 탁본을 기초로 교정을 하여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천문도의 상단에는 ‘황도남북양총도설’이란 기록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이 천문도에 사용된 좌표계와 좌표 읽는 방법, 별의 밝기, 은하수가 수많은 별들이 모여서 이루어졌다는 점, 천체 망원경으로 관측한 해, 달, 행성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글의 맨 끝에는 “옹정(雍正) 원년(元年) 세차(歲次) 계묘(癸卯)에 극서(極西)에서 온 대진현(戴進賢)이 방법을 수립하고 리백명(利白明)이 새겼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1723년 서쪽 끝의 지역(유럽)에서 온 독일 선교사 쾨글러(1680∼1746)가 작성하고 페르디난도 모기(리백명)가 인쇄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천문도의 왼쪽에는 두 개의 원형으로 된 천문도가 있는데, 동양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르게 황도(黃道, 지구가 태양을 도는 큰 궤도)를 중심으로 북쪽의 ‘황도북성도’, 남쪽의 지도인 ‘황도남성도’를 표현하였다. 이 지도는 황도좌표계의 평사도법(stereographic projection) 기법으로 그려낸 것이다.

가장 왼쪽에는 태양, 달, 진성(鎭星, 토성), 세성(歲星, 목성), 형혹(熒惑, 화성), 태백(太白, 금성), 진성(辰星, 수성)이 그려져 있다. 천체가 배열된 순서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지만 동양의 오행설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각 천체는 망원경으로 보았을 때의 특징을 묘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천문도는 중국에 들어와 있던 서양 신부인 아담 샬(Adam Schall, 1591~1666)과 쾨글러가 제작한 천문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물 1318호로 지정된 ‘신구법천문도’(국립민속박물관 소장)와는 거의 동일한 형태의 천문도로 여겨진다. 18세기 초에 관상감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연구된 바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지도는 현재 영국과 일본에도 동일한 천문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후기 서양과 한국의 천문지식을 함께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천문도는 높은 사료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대영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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