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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고대사회의 검은 황금, 철(鐵)을 다루는 공구 단야구(鍛冶具)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고대사회의 검은 황금, 철(鐵)을 다루는 공구 단야구(鍛冶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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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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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야구들
단야구들

완주 상운리 유적은 익산-장수간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발견되었으며, 장장 4년여에 걸쳐 전북대학교박물관에서 조사한 대규모 원삼국시대*~삼국시대 마한계 무덤 유적이다. 300여 점의 토기와 500점이 넘는 철기, 마한사람들의 특징인 옥류가 6천여 점이 넘게 출토되어 당시 상운리 사람들의 위세를 짐작케 한다.

철은 고대사회에서 농업생산력의 증대와 다른 집단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원자재였다. ‘철’을 장악한다는 것은 권력과 부를 단숨에 거머쥘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철의 중요성을 대변하듯 제철능력은 오래전부터 고분의 벽화나 토기의 표면에 신의 능력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또한 중국의 진시황(秦始皇, B.C.259~B.C.210)이나 한(漢) 무제(武帝, B.C.156~B.C.87)는 철을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는 법을 만들기도 하였다.

상운리 유적에서는 이러한 철기들이 동시대의 다른 유적들보다 집중적으로 확인되었다. 길이가 1m가 넘는 대형의 둥근 고리칼, 철검, 철창, 화살촉, 작은 손칼, 도끼, 낫, 덩이쇠(철기를 만드는 중간소재) 등 당시 철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물건들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철기를 만드는 도구들인 단야구가 세트로 확인된 것이 큰 특징이다. 단야구는 망치, 집게, 줄, 모루 등 철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공구들을 일컫는다. 망치와 집게는 기본으로 구성되고 나머지 도구들이 추가되는 양상이다. 총 20세트의 단야구가 확인되었는데, 한반도에서 단일 유적 출토품으로는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인다. 아직까지는 상운리 유적에서 제련로 등 명확한 철 생산시설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고대사회에서 국가형성의 기반이 되는 고도의 철기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동시기 다른 유적들과 비교하였을 때 월등히 높은 철기들의 출토량과 다종다양한 단야구들은 상운리 사람들이 철제 도구들의 생산과 소비시스템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상운리 사람들의 단야기술은 상운리 집단이 성장하는 원동력이자 전북지역 마한사회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원삼국시대: 우리나라 고대 삼국이 성립되기 이전 원초적인 국가의 모습이 나타나던 때. 기원전 1세기~기원후 3세기 정도를 일컫는다.

 

/김왕국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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