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7-17 12:18 (수)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마당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마당
  • 기고
  • 승인 2019.07.09 20:0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 도산, 병산서원에 다녀왔습니다. 점심상 짭조름한 간고등어 구이가 입에 맞았습니다. 저물녘의 만대루(晩對樓)는 밤 깊도록 먹먹했고요. 다음날,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 생가 임청각(臨淸閣) 마당에서의 일입니다.

새파란 아버지가 내게 기역, 니은을 가르칩니다. 손가락으로 마당에 1, 2, 3, 4를 씁니다. 빙빙 솔개가 하늘을 돌자, 겁먹은 어미 닭이 병아리를 품습니다. 아버지의 도리깨질에 운을 맞춰 어머니는 키를 까붑니다. 멍석 깔린 초례청, 낯선 낭군 앞 연지곤지 막내 고모 얼굴이 시루봉 진달래꽃보다 붉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걸까요? 아이고 아이고, 머리를 풀고 마당에 들어서는 고모들……,

후두두 비 때문입니다. 어제 먹은 간고등어 때문입니다. 맨땅에서 비린 것이 훅 치고 올라옵니다. 먼 유년의 마당을 정갈하게 쓸어두고 싶습니다. 두리번두리번 싸리비를 찾는데 누군가 재촉합니다. “헛제삿밥 예약되어있습니다.” 꿈 깼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라라 2019-07-10 14:52:51
일곱살 단발머리 소녀는 해질녘이면
마당을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그리고 샛별이 뜨기를 기다렸습니다
서울에 가신 엄마가 보고 싶은 것이었지요

그곳 마당으로 가서 샛별을 기다려봅니다
하늘에 계신 엄마 보고 싶어서...

기억의습작 2019-07-10 12:45:08
여백의 마당 사진에 그림을 그려봅니다.

혼자 일어설 수 없어 담에 기대 늘어진 능소화
기와 옆 담장 밑엔 손톱에 물들일 봉선화 몇 그루.

저물녘 아버지는 마른 쑥 모깃불에 달 그슬리고
평상에 모여 앉은 언니 오빠 얼굴에 함박꽃이 활짝
어머니는 감자와 옥수수 한 소쿠리 쪄서 내오십니다.

소녀의 불그스레한 민낯의 볼과 같던
오래전 마당의 넉넉함을 기억 속으로 드려다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