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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하나 더 놓는일…나누면 기분 좋아져요" 27년째 소외계층 위해 무료 봉사하는 박상권·김미선 부부
"숟가락 하나 더 놓는일…나누면 기분 좋아져요" 27년째 소외계층 위해 무료 봉사하는 박상권·김미선 부부
  • 엄승현
  • 승인 2019.07.17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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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서 27년째 남편은 무료급식, 아내는 맞은편에서 무료 미용으로 어르신들과 장애인 위해 봉사
1992년 사업이 실패하면서 6남매와 전주에 정착 이후 어렵게 돈 벌어 작은 미용실 시작
최근 유튜브에서 ‘밥주는 미용실’로 소문 퍼져
부부 “봉사하면 기분이 좋아요.. 100살까지 할 겁니다”
장애인 사랑나눔센터에서 박상권(오른쪽) · 김미선(왼쪽) 부부가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게 음식 무료 제공과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장애인 사랑나눔센터에서 박상권(오른쪽) · 김미선(왼쪽) 부부가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게 음식 무료 제공과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밥 묵고 가. 콩 한 쪽도 나눠 먹어야제~”

각박한 사회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행보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상권(67)·김미선(60·여)씨 부부는 27년째 지역의 독거노인과 어르신, 장애인들을 위해 따뜻한 밥과 미용 재능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부부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전주 남부시장에서 그날 어르신들과 장애인 등에 제공할 음식을 장만한다.

오전 7시, 아내 김씨가 미용실 문을 열면 남편 박씨는 음식 손질을 시작한다.

미용실을 10년 째 이용하고 있다는 김봉자씨(75·여)는“우리 같은 노인들을 위해 사장님이 3000원밖에 안 받는다”며, “이곳에서 머리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오전 11시 50분께 손님 머리를 손질하던 김씨가 손님들에게 “밥 먹고 합시다”며 손님들에게 손짓했다. 이후 손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용실 가운을 두른 채 미용실 맞은편에 있는 이들 부부가 하는 무료급식소로 이동했다. 또 어디선가 나타난 어르신들과 장애인들까지 급식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남편은 “맛있게 드세요”라며 이날 만든 나물과 풋고추, 동치밋국 등을 제공했다. 방문한 사람들 모두 식판에 음식을 담아 서로 담소를 나누며 식사하는 모습이 꼭 가족 같았다.

남편 박씨는“그냥 좋아서 하는거에요. 어여 함께 밥 먹어요”라며 주변 사람을 연신 챙겼다.

이들 부부의 선행은 과거 어려웠을 당시 주변들의 도움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1992년 수원에서 남부럽지 않게 돈을 벌며 살던 이들 부부는 갑작스런 사업 실패로 어린 6남매를 데리고 봉고차 한 대에 의지한 채 전주로 이사 왔다. 보증금도 낼 돈도 없이 쪽방 하나 겨우 얻어 6남매와 함께 생계를 이어가던 부부는 이후 겨우 마련한 돈으로 효자동에서 작은 미용실을 차리게 된다.

“그때 어려움을 어찌 다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애들은 배고파하고, 돈은 벌어야 하고 청소부터 안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남편 박씨)

실력이 출중한 아내 덕에 미용실이 장사가 잘되기 시작했고, 이들 부부는 어려운 시절 도움을 줬던 이웃들에게 보답하고자 무료 급식을 운영 했다.

김씨는 “밥은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먹는 것이다”며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남편과 함께 이웃들에 무료 급식을 시작했고 나는 기술이 있어 미용 봉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머리 커트 비용은 3000원, 염색과 파마는 각각 1만원과 1만 5000원이다. 이마저도 일부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무료이다.

급식소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르신과 장애인 등에 점심을 제공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반찬 등을 포장한 뒤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나누기도 한다.

부부의 선행은 최근 인터넷 등에서 소개되면서 전국에‘밥 주는 미용실’라는 명칭과 함께 유명세를 탓다.

김씨는“엊그제도 수원에서 젊은 관광객들이 머리를 하러 찾아왔다”며 “장수, 김제, 충남 등 어떻게 알았는지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부부는“봉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며,“자녀들이 이제 나이도 있으니 건강을 챙기라고는 하지만 100살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웃과 함께하려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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