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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주말…‘거문고 소리로 물들다’
비 내리는 주말…‘거문고 소리로 물들다’
  • 천경석
  • 승인 2019.07.21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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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국립무형유산원 이수자뎐, 거문고산조 문성아 공연 무대
신쾌동류 향제줄풍류 등 깊은 울림…문정일 우석대 교수 사회

물을 가득 머금은 하얀 한지에 먹물을 흩뿌린 듯한 하늘이었지만, 묵직한 거문고 소리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지난 20일 오후 전주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소공연장에서 ‘2019 토요상설공연 이수자뎐(展)’ 3번째 무대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산조 이수자 문성아의 공연이 펼쳐졌다. 수분을 가득 머금은 공기는 거문고를 타는 이수자의 마음을 애끓게 했지만, 묵직한 거문고 소리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가져다줬다.

이날 무대는 이수자뎐의 취지에 맞게 이수자만을 위한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를 응원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전통’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자신과의 싸움으로 나날이 성장하는 이수자들을 응원하는 자리. 그러한 의미를 알았을까,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많은 관객이 찾아 이수자의 무대를 감상하며 힘을 보탰다.

특히 이번 공연은 사회를 맡은 문정일 우석대 국악과 교수가 다양한 해설을 곁들이며 의미를 더했다. 문 교수가 사회를 맡은 것은 이수자와의 특별한 인연 때문. 문성아 이수자의 작은 아버지이자 문 이수자에게 거문고를 추천한 사람이 문 교수다. 그는 공연을 소개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견스럽고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첫 무대로 펼쳐진 ‘신쾌동류 향제줄풍류’는 선비들이 즐겼던 음악이라는 것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간결하고 울림이 있었다. 고수와 문 이수자 둘만의 무대로 꾸며진 ‘신쾌동류 거문고산조’는 거문고의 매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거문고를 타면서 내는 묵직한 울림이 객석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마지막 무대인 ‘시나위’였다. 장구, 해금, 대금, 아쟁 그리고 거문고가 어울리며 내는 소리는 재즈 앙상블처럼 편안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연주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연주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흐뭇한 무대가 펼쳐졌다. 그제야 관객에게서도 흥이 났는지, 추임새 내는 소리가 무대로 전달됐다. 무대를 마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이어진 박수 소리가 이날의 성공적인 공연을 대변했다.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문성아 이수자는 공연의 감흥이 식지 않은 듯, 격앙된 목소리로 연신 “아쉽다”고 말했다. “날씨가 습하고 덥다 보니 거문고를 타는 손이 잘 안 나가기도 하고, 줄이 너무 늘어나서 힘들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거문고산조의 대가 신쾌동 선생은 거문고만 있으면 3일 앞의 날씨를 알 수 있다 했다. 그만큼 날씨에 민감한 악기가 바로 거문고. 실제로 이날 문 이수자는 공연을 하는 중간중간 현을 조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공연을 잘 마쳤다는 것에 대한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아이를 가진 상태로 힘겹게 이수자 시험을 통과하고, 꿈에 그리던 이수자뎐 무대에 오르기까지, 지난 시간이 머릿속에 스치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해에도 이수자뎐 포스터를 봤는데, 그때는 내가 이수자가 될 것이란 것도, 또 이수자뎐 공연에 지원해서 선정될 것이란 것도, 꿈에도 몰랐다”며 “공연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수자뎐을 준비하면서 부담도 컸고, 욕심도 났다”고 말하는 문 이수자는 이번 공연이 앞으로의 음악 생활에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신쾌동류 거문고산조에 애착이 가는 이유가, 바로 제가 가장 열심히 공부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수자라는 타이틀이 정말 의미깊고,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통음악을 연주자로서 정말 의미가 큰 무대”라며 “앞으로 계속 음악에 매진해야함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수자뎐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차세대 무형유산 전승 주역으로 스승에게 배운 것을 끊임없이 갈고 닦는 일을 매일매일 실천하는 ‘이수자’들을 위해 마련한 무대다. 먼 미래 우리 후손이 자부심으로 이어갈 ‘전통’이라는 긍지를 위해 인고의 과정 속에서 그들이 흘리는 매일의 땀과 눈물을 응원하기 위해 해마다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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