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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청자철화철백화국화문합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청자철화철백화국화문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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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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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철화철백화국화문합
청자철화철백화국화문합

동그랗고 앙증맞은 청자 합이다. 합은 뚜껑과 몸체가 하나의 세트를 이루는 기종을 말하는 것으로 무언가를 담아 보관했던 용도로 쓰였다. 손바닥 보다 작은 이 합은 고려시대 여인들이 화장용품을 담아 썼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연 뚜껑에 피어있는 검고 하얀 꽃이다. 언뜻 흑백의 향연을 대표하는 상감象嵌청자 같지만 자세히 보면 상감기법과는 전혀 다르다. 기면을 파서 흙을 넣고 깎아 무늬를 나타내는 상감과는 달리 이 청자는 기면 위에 그저 검토 흰 안료를 붓에 찍어 그렸을 뿐이다. 그래서 자유롭고 경쾌하다. 이러한 종류의 청자를 철화청자, 또 이처럼 흰색 안료까지 베풀어진 청자를 철백화청자라고 한다.

철화청자는 산화철(Fe2O3)이 포함된 흙을 물에 풀어 만든 안료로 문양을 그린 뒤 유약을 발라 구운 청자를 말한다. 즉 유약 아래 안료가 있는 유하채釉下彩 자기이다. 철화안료로 도자기 표면에 무늬를 그린 경우는 철로 그렸다고 해서 철화鐵畫라고 하며 일부 또는 전체에 칠해버린 경우는 철채鐵彩라고 한다. 반면 흰 백토를 발라 유약을 입힌 후 굽게 되면 하얗게 무늬가 형성되는데 이는 하얗게 그렸다고 하여 백화白畫청자라고 한다. 백화기법은 철화기법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철백화청자라고 한다. 백화기법은 음각·양각·상감 기법으로 표현한 청자의 보조 무늬로 선이나 점을 나타내는 데 이용하거나, 철화기법과 함께 중심이 되는 무늬 전체를 표현하는 데 쓰인다. 이러한 철화청자 또는 철백화청자는 맑고 푸른빛을 띠는 비색청자나 푸르지만 회색빛이 도는 상감청자에 비해서 짙은 색을 띤 녹갈색, 녹청색, 황갈색 계열이 주를 이룬다.

철화청자 무늬는 사물의 특징을 간결하게 묘사한 예가 많아 섬세한 곡선과 비취색 등을 특징으로 꼽는 상형청자나 상감청자와는 다른 미감을 보인다. 이 작품 역시 간결하면서도 활기찬 국화꽃을 표현하였다. 국화의 특징인 여러장의 꽃잎은 백토로 도톰하게 올렸고 세 개로 갈라진 잎은 철화안료로 검게 그렸다. 또한 측면에는 자유분방한 필치가 느껴지는 초화문을 넣었다.

철은 구하기 쉽고 전국 어디서든 채취가 가능한 안료였다. 따라서 고려청자의 꾸미는 방법으로 자주 애용되었다. 동시에 흑백이 대조되는 색이 드러나기에 어두운 조질粗質의 바탕흙에도 표현력이 좋아 상대적으로 A급의 왕실, 귀족 수요의 비색청자와는 달리 더욱 보편적으로 생산되었다. 전라북도 부안 유천리, 진서리 가마터 등에서도 이러한 철화청자 또는 철백화청자를 제작하였으며 12-13세기 청자를 생산한 가마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상감청자처럼 정교한 맛은 떨어지지만 특유의 자유분방한 필치가 돋보여 고려청자의 새로운 미감을 제시해주는 작품이다. 철화로 피운 검은 꽃을 느껴보기 바란다.

/서유리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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