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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노인들의 모임 ‘십로계첩(十老契帖)’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노인들의 모임 ‘십로계첩(十老契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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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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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로계첩(十老契帖)
십로계첩(十老契帖)

‘문화재 지정 제도’는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엄격한 규제를 통하여 항구적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제도다. 또한 국립박물관은 ‘문화재 기탁’ 제도를 통해, 박물관 전시 및 연구에 활용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개인 소장 지정문화재 혹은 지정문화재급 유물을 보관 관리하고 있다.

고령(高靈) 신씨(申氏) 종중(宗中)에서 전주박물관에 기탁한 ‘십로계첩(十老契帖)’(전북유형문화재 제142호)은 신말주(申末舟)(1429~1503)가 70세가 넘은 나이에 가까운 벗들과의 만남을 기록한 그림이다. 신말주는 역사 속에서 지조 높은 선비이자 은사(恩師)의 모습으로 부각된다. 26세 때 문과에 급제하였고, 1456년(세조2년)에 수양대군이 조카였던 단종을 내몰고 왕위에 오르자 이에 불만을 품고 벼슬에서 물러나 순창으로 낙향, 자신의 호를 딴 귀래정(歸來亭)을 짓고 두 임금을 섬김 수 없다는,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절의를 지키면서 은거생활을 했다. 1476년, 47세때 전주 부윤으로 일정 기간 관직에 몸담았으나, 말년에는 다시 은거를 하였으니, 대부분의 생애를 관직과 상관없는 처사處士로 보냈다.

말년에 은거하던 중 신말주가 70이 넘은 나이에 이윤철(李允哲), 안정(安正) 등 가까운 벗들과 계(契)를 맺고 ‘십로계(十老契)’라 이름하고, 10개의 첩(帖)을 만들어 각각 1개씩 나누어 가졌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십로계첩’이다. 10명은 생년월일 순으로 서열을 메기고 나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돌아가면서 모임을 주관하였다. 모임을 여는 순서가 한 바퀴 돌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계첩에는 10명의 인물을 각각 채색을 곁들이지 않고 선묘(線描)만으로 묘사하여 그린 후, 각 개인의 생활과 인격, 사상 등을 함께 기록하였다. 이후 18세기에 김홍도가 모사한 ‘십로도상첩(十老圖像帖)’(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이 전하여 흥미로운 비교가 된다.

 

/민길홍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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