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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복효근 시인 ‘꽃 아닌 것 없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복효근 시인 ‘꽃 아닌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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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0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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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꽃을 잃어버린 이들을 위한 서시

눈앞에 완도 밤바다가 펼쳐져 있다. 여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고 하늘에는 별무리가 흩날린다.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많은 별이 머리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가로등 불빛이며 도심 불빛에 밀려 자연의 빛을 보는 맑은 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시인의 좋은 시를 읽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잊고 살던 것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너무 놓치며 살았다.

방에 들어와 지리산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복효근 시인의 시집 <꽃 아닌 것 없다>를 꺼내 읽는다. 시인의 시를 읽는다는 건 그가 쓴 글자만을 읽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삶과 세계와 통하는 통로의 문을 연다는 의미이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은 간결함과 명징함이다. 대개의 시가 단행이나 10행을 넘지 않는다. 그만큼 시인의 내공이 깊어지고 더 단단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를 써본 이라면 안다. 긴 시보다 짧은 시가 쓰기 더 어렵다는 것을,

그동안 자연과 세상에 대해 따뜻한 눈을 거두지 않았던 시인의 섬세한 눈길은 이 시집에서도 여전하다. 그는 아직도 “꽃가지’ 발음하다가/때아니게 눈시울이 시큰거”(‘꽃가지’)리기도 하고 “목련꽃 터지는 소리에/아아,/나는 아”(‘결근 사유’)프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 구절들을 읽으며 아직도 여린 구석을 지닌 시인의 속울음이 더 크게 들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나 역시 저런 눈과 귀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의 시에 익숙하게 등장하는 꽃, 무, 달과 같은 흔하디 흔한 소재들, 그리고 주변에 관해 관심을 잃지 않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와 살고자 하는 욕망과 연이 닿아 있다. 그 출발은 자신과 시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이 시집에서는 ‘죽비소리’, ‘시집의 쓸모’, ‘시인처럼’ 등 자기 시에 대한 시인의 내면 목소리가 많이 등장한다. 시를 향한 치열했던 시인의 내적 반성은 아내의 지청구와 같은 주변의 다독거림을 거쳐 현재의 자신에게 향한다.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화해는 극적이거나 눈부시지 않지만 정겹다.

무더운 여름밤. 밤이 길다고 느껴지면 잠시 복효근 시인의 <꽃 아닌 것 없다>를 곁에 두면 어떨까? 이 책을 다 덮을 때쯤이면 “주차해놓은 낡은 내 차에/어느 새 은행잎 수북이 쌓였다//꽂았던 키를 다시 뽑아/나 오늘은 걸어서 퇴근”(‘가을’)하는 시인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혀짤배기소리에도 귀를 빌려주는 따뜻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자서’)라는 바람처럼 이 무더운 여름날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장창영 시인

 

장창영 시인
장창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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