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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과 가난한 집 맏아들
개각과 가난한 집 맏아들
  • 위병기
  • 승인 2019.08.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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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논설위원

사람들은 ‘상고(商高)’하면 야구와 가난한 집 맏아들을 우선 떠올린다. 1970~80년대 고교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는데 군산상고·선린상고·덕수상고 등 야구 잘하는 학교중 유달리 상고가 많았다. 또한 가난하되 머리가 좋은 아들이 하루빨리 가족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진학하는 학교가 바로 상고였다. 김대중(목포상고)·노무현(부산상고)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며 고려대를 졸업한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동지상고 출신이다. 엊그제 야구 명문인 109년 전통의 서울 덕수상고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특성화계는 종로구에 있는 경기상고로 통합하고, 일반계는 위례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없어지는 것이다. 덕수상고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종남 전 법무부장관,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이름있는 동문을 많이 배출했다. 그런데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자들이 판을 치는 요즘 우리은행 행·부행장 중 상고출신 비중이 전체 11명 중 7명으로 63%나 됐다고 해서 화제였다.

며칠전 개각에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성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7년 전 논문에서 재벌을 ‘가난한 집 맏아들’에 비유하며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게 크게 관심을 끌었다. 조 후보는 “최근 재벌의 높은 성과가 있기까지 이들이 성장하도록 인적 물적 자원을 몰아준 경제 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었다”며 재벌을 다른 형제들의 희생을 토대로 성공한 맏아들로 비유했다. 재벌 때문에 기회조차 받지 못한 기업 및 경제주체에게 보상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거다. ‘대기업은 무조건 나쁘다’는 최근 사회 일각의 분위기엔 공감하기 어렵지만 가난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한 형제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공한 맏아들에겐 응당 막중한 책무가 따른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이번 개각때 10명의 장관급 인사중 전북출신이 이정옥 여가부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수혁 주미대사, 정세현 평통 수석부의장 등 4명이나 된다고 해서 지역사회가 크게 고무됐다. 내 고장에서 나고 자란 이가 국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잼버리 개최나 전북금융타운 조성에 좀 도움이라도 되지않을까 하는 기대가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 출신 인사들이 ‘가난한 집 맏아들’답게 잘 처신해주길 기대한다. 개각에선 분명 출신 지역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텐데 장관 발탁을 자신의 능력만으로 해석하는 선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북인으로서 혜택은 다 입으면서도 지역사회에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장관은 두고두고‘무늬만 전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위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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