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08-22 01:18 (목)
유대인 카포와 친일부역자
유대인 카포와 친일부역자
  • 권순택
  • 승인 2019.08.14 2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전 폴란드 남부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은 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의해 무려 400만명에 달하는 유대인들이 학살당한 홀로코스트 현장으로 그 당시 수용소 건물과 가스실 고문실, 그리고 유대인들의 유품과 머리카락이 보관된 전시실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침 수학여행 중인 이스라엘 학생들이 줄지어 수용소를 관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누구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꼭 한번은 탐방해야 한다. 그들을 용서는 하되 절대 잊지 말라는 교훈 차원에서다.

전시실에서 눈길을 끈 것은 수용소의 일상을 그린 수감자의 그림 가운데 몽둥이를 들고 서 있는 유대인 카포(Kapo)의 모습이었다. 수용소 내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일종의 유대인 경찰로 나치 부역자다. 수감자 중에서 선발된 카포는 나치 친위대원보다 더 악질적이었다고 한다. 수감자보다 좀 더 편하고 배불리 먹기 위해 동족을 구타하고 밀고하며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민족반역행위자이었다. 독일이 패망한 이후 이들은 공공의 적이 되었고 1950년 이스라엘은 나치와 나치 협력자를 처벌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모사드의 표적이 되었고 철저히 색출해서 죗값을 치르게 했다.

우리도 일제 강점기 때 일본 편에 서서 부귀영화를 누린 친일부역자들이 많다.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에서 선정한 친일반민족행위와 부일협력행위를 한 사람은 4378명에 달한다. 이 중 전북인 120여명도 포함되어 있다.

친일부역자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반민족행위가 밀정(密偵)이다. 피로 맺은 동지와 친구를 일제에 팔아넘기고 그 대가로 치부를 일삼은 것은 용서받지 못할 행태다. 지난 13일 밤 방송된 KBS 탐사보도 시사기획 창에 따르면 김좌진 장군의 최측근 비서인 이정과 안중근 의사의 거사 동지인 우덕순이 일제의 밀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탐사보도부는 일본 외무성과 조선총독부 조선군사령부 등의 기밀자료를 분석해 밀정 혐의자 895명을 특정했다. 특히 이정의 경우 자신이 밀고했던 독립운동가 이홍래 선생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에 나란히 안치된 것은 충격적이었다. 현재 현충원에는 이러한 친일 반민족행위자 63명이 버젓이 안장돼 있다. 잘못된 역사와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광복의 시작이다. / 권순택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