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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청자상감동채연화당초문잔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청자상감동채연화당초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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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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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상감동채연화당초문잔
청자상감동채연화당초문잔

소담한 느낌의 청자 잔이다. 이 잔은 살짝 내만한 구연에 측면은 곡선으로 아름답게 떨어진다. 청자의 바닥에는 마치 참깨 같은 규석을 받쳐 정성스럽게 구웠다.

이러한 잔은 차 또는 술을 담아 마셨을 것이다. 고려는 차를 마시고 즐겼던 차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에서는 왕실 중심의 행사에서 차를 준비하고 의례적인 일을 맡는 다방(茶房)을 운영하였다. 다방에서는 각종 다레(茶禮)를 주관하였다. 또한 고려는 차의 생산을 전담하는 다소(多所)를 운영하였다. 수도 개경에는 차를 마시는 다점(茶店)이 있었다. 이 곳은 차도 마시고 쉬어가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었다.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1124년에 쓴 <宣和奉使高麗圖經>에도 차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권32 다조(茶俎)에서 ‘…근래에 와서는 고려인들도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여 더욱 차 끓이는 용기를 만든다. 금화오잔(金花烏盞), 비색소구(翡色小甌), 은로탕정(銀爐湯鼎) 등은 모두 중국의 모양과 규격을 흉내 낸 것들이다.…’라고 하여 고려 중기, 고려인들도 차를 보편적으로 마셨으며, 찻그릇으로 금화오잔과 비색소구가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비색소구는 비색의 작은 차를 마시는 청자 잔으로 추정되며 아마 이러한 형태의 잔에 해당될지도 모른다.

이 청자 잔은 푸른색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안쪽에 표현된 무늬가 주목된다. 연꽃과 당초무늬가 잘 어우러졌는데, 연꽃잎을 보면 보기 드문 붉은 칠이 되어 있다. 이처럼 붉은색으로 발색되는 청자를 동화(銅畫)청자 또는 동채(銅彩)청자라고 한다. 동화청자는 산화동(酸化銅)의 안료로 그리고자 하는 부분에 칠하고 유약을 입힌 다음 환원소성을 한다. 이때 번조 조건이 알맞으면 이와 같은 붉은색으로 발색이 된다. 구리 안료는 높은 온도에서 쉽게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 굽는 자기에 붉은 구리 안료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 장인들의 뛰어난 기술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동화청자는 중국에도 예가 없어 고려인들이 청자에 창안한 창의성이 돋보이는 기법이다. 푸른색의 유약과 대비되는 강렬한 붉은색 때문에 무늬 중 강조하고 싶은 곳에 부분적으로 쓰이며 이는 무한한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전라북도 부안군 유천리 청자 가마터에서 동화 또는 동채기법으로 붉게 발색된 청자편들이 발견되어 그 생산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잔에 맑은 술이나 차를 담았을 때 그 안으로 붉은 연꽃이 띄워져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고려인들의 미감이 상당히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잔에 붉은색을 넣어 음료의 맛과 그릇이 주는 멋을 조화롭게 구사한 것이다. 작은 잔에 담긴 그들의 애정과 미감에 감탄할 따름이다.

 

/서유리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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