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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노인들, 지자체 무관심 속 참변…지원책 전무
폐지 줍는 노인들, 지자체 무관심 속 참변…지원책 전무
  • 최정규
  • 승인 2019.08.19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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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전주서 여인숙 화재로 폐지 줍는 노인 2명 숨져
시 ‘폐지수거노인 실태조사‘ 기초수급자 58명 등 대부분 생계 어려워
폐지 1kg당 20~30원, 한달 평균 10만원의 수입으로 생계 이어가
전주시, 이들에 대한 지원책·조례 전무
19일 전주시 사평로에서 한 노인이 폐고물을 잔뜩 모은 채 도로를 지나고 있어 사고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조현욱 기자
19일 전주시 사평로에서 한 노인이 폐고물을 잔뜩 모은 채 도로를 지나고 있어 사고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조현욱 기자

폐지를 수거해 달방 생활을 한 남녀 노인들이 19일 숨진 전주 여인숙 화재사건은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발생한 참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3명 중 2명의 노인은 폐지를 주우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숨진 채 발견된 김모 씨(83·여)와 태모 씨(76)는 평소 폐지수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한 주민은 “며칠 전에도 이들이 리어카에 각종 폐지와 고물을 집안으로 옮기는 것을 봤다”고 했다.

해당 여인숙에서 지난해 10월까지 투숙했다는 A씨는 “온갖 잡다한 재활용품과 폐지를 주워 날라 악취가 심해 여인숙 생활이 불가능했다”며 “불이 나 사람들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3~4년 전부터 폐지 등 재활용품을 모으면서 여인숙 통로와 골목길을 가득 채워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라면서 “태씨는 얼마 전 아들 차량으로 일부분의 폐지를 옮겨가 되 파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이들은 여인숙에서 ‘달방(한 달 치 숙박비를 끊어 투숙하는 방)’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평소 태씨와 함께 폐지를 수거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전주시가 지난 3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폐지수거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은 총 255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58명, 차상위계층은 46명으로 대부분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이었다.

이들은 폐지 1㎏당 20~30원을 받았으며 한 달에 폐지를 팔아 번 돈 약 10여 만원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주시의 폐지줍는 노인에 대한 지원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시는 지난 2016년부터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 건강한 삶과 생활안정에 도움을 주겠다며 ‘폐지수거 어르신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필요한 물품과 일부의 현금을 지급하고 있을 뿐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폐지수거 노인의 현황을 파악했지만 지원을 하고 싶어도 폐지줍는 노인에 대한 기준이 들쑥날쑥하고 지원할 조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폐지줍는 노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노인수당에 대한 조건을 완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조언한다.

김흥주 원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5세 이상에 대한 노인수당 지급 기준은 부양의무자 기준과 소득기준 두 가지인데 선별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라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소득기준도 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폐지줍는 노인들은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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