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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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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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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준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최낙준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최근 소위 고유정의 전남편 살인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사건 내용 자체도 기괴하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유정의 변호인의 선임과 고유정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인의 변론내용 및 그 대응에 대해 공분을 표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고유정 측을 변호하게 된 사선변호인을 두고 ‘악마의 변호인’ 내지는 ‘돈 때문에 변호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한다. 위와 같은 불만에는 평소 국민들의 변호사에 대한 불신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범죄의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근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유정과 같은 사건에 있어서의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정당한 권리의 행사인가?, 아니면 권리의 남용인가?

사람이 아프면 의사에게서 치료를 받는다. 내일 사형집행을 앞두고 있는 사형수가 아프다고 치자. 이런 경우 의사는 환자가 내일 사형을 집행하여야 할 사형수라는 이유로 치료행위를 거부하여야 할까.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의하면 의사는 환자가 그 누구라도 오직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며 양심과 위엄으로 의술을 행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의사는 환자가 살인자인지 여부를 떠나 사명감을 가지고 의료행위를 하여야 한다.

변호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변호인이란,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방어력을 보충함을 임무로 하는 보조자라고 형사소송법에서 정의하고 있다. 검사와 피고인 사이에 무기평등의 원칙이 보장되지 않을 때에는 당사자주의에 의한 실체진실 발견의 이념이나 공정한 재판의 원칙 또는 적정한 국가형벌권이 실현될 수 없다는 점에서 변호인 제도의 존재이유가 있다. 따라서 변호권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서도 국민의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서 보장하고 있다. 범죄자를 포함한 누구든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심지어 국가가 변호인을 붙여주면서까지 그러한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다. 변호인이 선임되면, 변호인은 피고인(또는 피의자)와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피고인의 보호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 즉,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수집·제출함으로써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변호사로서는, 실체적 진실과 정의에 입각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진실의무에 의하여 제한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형벌권의 행사는 공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 공정함이란 절차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공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는 인류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운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있어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 중의 하나로 문명국가에서는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이다.

고유정 사건으로 돌아가서, 변호 과정에서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은 변론은 변호사로서의 품격을 해치고, 윤리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구든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 누군가가 살인자라 할지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실체적 진실과 정의에 명백히 반하지 않는 이상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고 그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재판의 시작이다.

/최낙준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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