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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전주서 전북 첫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시작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전주서 전북 첫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시작
  • 백세종
  • 승인 2019.08.29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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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황방산 일원에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제
전후 전주형무소에 있던 2000여명(구술) 중 1400여명 희생돼 매장 추정
전주시 산정동 2곳 등에서 11월까지 유해발굴 진행할 예정
오는 10월까지 유해발굴 및 감식 거쳐 발굴 유해 세종시 추모의 집에 봉안예정

“훨씬 더 일찍 진행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거듭 사죄드립니다.”(김승수 전주시장)

“우리 모두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죽임을 당한지 69년 만에 이제야 차디찬 흙에서 나오실 것 같습니다.”(성홍제 전주형무소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족회 회장)

29일 오전 11시 전주시 효자동 효자추모관 황방산 바로 옆 주차장.

60여 년 전 집에 두고 온 젖먹이를 생각하거나 연로한 부모님을 목놓아 부르고, 고향을 그리며 고통과 슬픔 속에서 군·경에 의해 살해당한 뒤 차마 눈을 감지 못한 누군가가 묻혔을 그곳에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개토제’가 열렸다.

유해 발굴의 시작을 알리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이날 개토제에는 김승수 전주시장과 박병술 전주시의회 의장, 백영규·서윤근 시의원, 성홍제 희생자 유족회 회장과 민간인 희생자 유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곳 황방산 일원은 지난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한 전주지역 유해 매장 추정지로, 전주시는 오는 11월까지 황방산 일대와 산정동 소리재개 일대를 대상으로 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한 시굴 및 발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북지역에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들의 구술에 따르면 1950년 한국전쟁이후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던 극히 일부 사상범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간인 2000여 명은 학살후 황방산과 산정동 일대에 묻혔다.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개토제가 황방산 일원에서 열린 29일 희생자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개토제가 황방산 일원에서 열린 29일 희생자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김승수 시장은 “이제 69년 전 당신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오늘 땅을 열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며 “불행한 민족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후손들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홍제 회장은 “오늘 개토제를 통해 우리들은 이제야 죄인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국가 공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분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영면하시도록 발굴 작업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울먹였다.

이날 개토제는 본격 발굴이 성사되기까지의 경과보고에 이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도사와 헌화 및 분향, 진혼무, 시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시는 전주대학교 박물관과 함께 오는 11월까지 황방산과 산정동 소리재개 일대를 대상으로 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한 시굴 및 발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희생자 유해의 신원을 밝혀내는 유해 감식을 거쳐 희생자가 영면에 들 수 있도록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할 예정이다. 또한 역사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 유해발굴 과정과 결과 등을 담은 보고서도 펴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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